스노든 부친 “아들 만나러 러시아 갈 것”

스노든 부친 “아들 만나러 러시아 갈 것”

입력 2013-07-31 00:00
업데이트 2013-07-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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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FBI가 방러 권했으나 거부”…스노든,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에 감명

러시아의 임시 망명 허가를 기다리며 한 달 이상 모스크바 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의 부친 론 스노든(52)이 31일(모스크바 시간) 아들을 만나러 러시아로 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론은 이날 러시아 뉴스전문채널 ‘라시야 24’와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적당한 때가 찾아와 가능성이 생기면 반드시 러시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미 연방수사국(FBI)과 논의하진 않을 것”이라며 “나는 미국 시민이고 스노든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해안경비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론은 이어 “아들을 사랑하며 그가 자랑스럽다”며 “만일 러시아로 간다면 합법적이고 적합한 환경에서 방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가 아들의 입장이었더라도 러시아에 남았을 것”이라며 “러시아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노든의 변호사 브루스 페인은 주미 러시아 대사관과 론의 러시아 방문 문제를 협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미 러시아 대사와 얘기를 나눴다”며 “우리는 이 방문이 러시아와 미국, 에드워드와 론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론은 이에 앞서 이날 보도된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FBI가 몇 주 전 자신에게 모스크바로 가 아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라고 요청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론은 아들이 미 정보당국의 개인정보 추적 기밀 프로그램을 폭로한 직후 FBI 요원들이 펜실베니아주 앨런타운 근교에 있는 자택을 처음으로 찾아왔었다며 이후 스노든이 모스크바로 피신한 뒤에는 그를 설득하러 러시아로 갈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스노든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아들에게 감정적 압박을 미칠 수 있는 미 정보기관의 도구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방문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론은 이어 아들이 러시아에 남아 있어야 한다며 미국에 오면 끔찍한 처우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아들로 하여금 미 정보당국의 기밀 프로그램을 폭로하게 만든 가장 큰 계기는 2010년 튀니지 혁명이었다며 아랍권 전체의 민주화 운동이 튀니지의 청과물 노점상이던 모하메드 부아지지란 한 청년의 분신 자살로 촉발된데 아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정보당국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하고 홍콩에 은신하다 지난달 23일 러시아로 피신한 스노든은 지금까지 한 달 이상 모스크바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다. 스노든은 지난 16일 러시아 이민국에 임시 망명을 신청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스노든은 환승구역에 머물면서 읽은 19세기 유명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에게 영어판 소설을 전달했던 러시아 자문 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는 “그가 죄와 벌에 열광했다”고 전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 ‘죄와 벌’은 다수의 행복을 위해선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이 다른 평범한 인간들을 마음대로 해칠 수 있다는 초인사상을 믿는 청년 라스콜리니코프가 악덕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고 난 뒤 기독교적 인도주의 사상을 깨닫고 회개하기까지의 복잡한 내적 갈등을 그린 심리 소설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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