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유력 신문…”부셰르 원전 제2원자로 건설도 추진”
시리아 사태 등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중동의 최대 우방인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러시아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신문은 크렘린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한동안 중단했던 이란에 대한 미사일 공급을 재개하고, 러시아의 지원으로 건설된 이란 남부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의 제2원자로를 추가로 건설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협정을 체결할 준비를 하라고 관계기관에 지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13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켁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먼저 핵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로 이행되지 못했던 러시아제 미사일의 이란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 공급하려다 무산된 방공 미사일 S-300PMU1 보다 성능이 뛰어난 S-300VM(안테이-2500) 5기를 공급하고 대신 이란이 종전의 미사일 공급 계약 파기와 관련, 러시아를 상대로 제기한 40억 달러의 소송을 접는 ‘빅딜’을 시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지난 2007년 이란과 5기의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 S-300PMU1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8억 달러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그러나 이란이 이 미사일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양국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인도를 미루다 2010년 9월 해약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6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이란 제재 결의 1929호를 이행하는 차원이었다.
이에 이란은 제네바 국제중재법원에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끌어오고 있다. 푸틴은 안테이-2500을 이란에 대신 공급하고 기존 계약 파기와 관련한 소송은 접는 방안을 로하니 대통령에게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는 “안테이-2500이 당초 러시아가 이란에 수출하려고 했던 S-300PMU1 보다 요격 성능이 더 뛰어나다”며 “서방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할 경우 이 미사일이 효과적 대응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란과 부셰르 원전 제2원자로 건설 협정 체결 문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측으로선 이 계약이 경제적 측면에선 큰 이익이 없지만 정치적 차원에서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사태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맞서고 있는 러시아가 역시 미국과 대립하는 중동의 강국 이란과 공조를 강화할 필요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