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디폴트 모면…‘상처입은’ 오바마-‘위기’ 베이너

美디폴트 모면…‘상처입은’ 오바마-‘위기’ 베이너

입력 2013-10-17 00:00
업데이트 2013-10-17 10:0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오바마 ‘국정파행’ 되풀이…베이너 ‘셧다운 역풍’ 맞아

“윈윈(Win-Win) 게임이 아니라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었다.”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협상과정은 워싱턴 정치의 양대 축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씻을 수 없는 정치적 상처를 남겼다.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국가위기 관리 능력에 뚜렷한 한계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두 사람 모두 내부 강경노선에 밀려 초당적 타협정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함으로써 리더십의 근원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2기 첫해부터 ‘레임덕’이란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로 국정운영 능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는 평가다.

지난 8월 이집트와 시리아 사태를 겪으면서 ‘외교의 수렁’에 빠졌던 오바마 대통령은 내치(內治)에서 이를 만회해보려고 했으나 여기에서조차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설상가상의 형국이 됐다는 지적이다.

당초 셧다운 초기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은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셧다운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는 쪽으로 여론이 흐를 경우 외교적 실수를 만회하고 국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상황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이번 기회에 공화당의 기세를 확실히 꺾어놓고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민주당 내부의 전략도 작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오바마 대통령도 후폭풍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국정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쪽으로 여론의 기류가 바뀐 것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셧다운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37%(AP통신·3∼7일)에서 43%(갤럽·13∼15일)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이 같은 지지율은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이끄는 베이너 하원의장은 그야말로 ‘셧다운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는 응답이 5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정기여론조사에서 53%가 공화당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최근의 셧다운 사태가 빚어진 1995∼1996년 정부 업무정지 사태 당시 공화당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50%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워싱턴 정가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당시 셧다운 후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참패해 ‘깅리치의 저주’라는 조어가 나돌기도 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율은 24%로 주저앉아 1989년 이후 2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화당 내에서 ‘정치적 참사’라는 자평이 나오는 까닭이다.

물론 베이너 의장도 이 같은 정치적 역풍을 의식해 협상과정에서 적절한 타협을 모색하려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러나 공화당 내 소수이면서도 목소리가 큰 보수파인 ‘티파티’에 이끌려 다시 강경노선으로 돌아서기 일쑤였다. 230명이 넘는 하원의원들을 대표하면서도 45명의 강경세력에 질질 끌려 다녔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16일(현지시간) “’온건한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해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는 베이너 의장이 거느리는 하원내 직계 세력(47명 추정)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티파티 세력이 하원의장 축출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위협했다는 얘기까기 나돌고 있다.

이 같은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내부의 전열이 흐트러지고 선거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내부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 협상안 타결로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3개월 후면 다시 예산전쟁이 재현되고 국가 디폴트 위기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원은 또다시 예산안과 국가채무 협상을 볼모로 오바마케어의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오바마 대통령은 또다시 파행되는 국정운영 속에서 ‘벼랑끝 전술’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흔들리는 리더십은 내년 중간선거와 맞물려 양측의 정치적 공방을 가일층 격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국정운영에 한계를 느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하원을 탈환하기 위한 선거전략에 ‘올인’하고, 반대로 공화당은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거머쥐어 명실상부한 의회권력을 장악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워싱턴의 정치의 양극화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외정책에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창출하는데 근원적 제약을 가할 소지가 높아 보인다. ‘외교의 계절’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정치의 계절’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