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조건’ 실마리 찾을까…미국의 선택은(종합)

6자회담 ‘재개조건’ 실마리 찾을까…미국의 선택은(종합)

입력 2013-11-04 00:00
업데이트 2013-11-0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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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국 연쇄협의 통해 방향 잡을 듯…이달 말 美·中 협의 주목한국, 미·중 사이에서 적극적인 행보 예상

“아직은 큰 진전이라고 할 만한 단계가 아니다.”

지난달 28∼29일 미국 워싱턴에서 이뤄진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 회동 결과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3일(현지시간) 일단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손에 잡히는 내용은 포착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6자회담 재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조건을 놓고 미국이 요구하는 것과 북한이나 중국이 생각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차이는 물론 서로 생각하는 6자회담의 성격과 속도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를 ‘중심적 의제’로 해야 하며,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2008년 12월 마지막 6자회담이 열린 이후 현재까지 벌어진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내용을 모두 비핵화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미국, 그리고 한국의 확고한 방침이다.

그리고 과거처럼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시한을 정해놓고 해야 한다는 게 양국의 생각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북한은 대화의 전제조건을 내걸지 않고 회담을 시작하면 비핵화 협상을 할 용의가 있으며, 비핵화와 함께 정치ㆍ군사ㆍ경제 분야의 현안을 포괄적이고 동시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각 협상은 단계적으로 ‘상호 조율된’ 속도로 진행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비핵화 사전조치’에는 ‘신고와 검증’의 대상에 고농축우라늄(HEU)을 비롯한 UEP시설(영변과 그 외 지역도 대상)이 포함되는지와 이를 초기단계부터 현장에서 조사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복귀 등이 핵심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우다웨이 대표가 일단 제시한 조건은 만족할 수 없음을 분명히 전했다. 하지만 이를 ‘거절’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청취한 내용을 토대로 북한과 2차 조율을 거쳐 새로운 내용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미국에 불러 미ㆍ중 6자 수석대표 협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하고 3국의 공동대응을 조율한다.

3일부터 7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는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비핵화 조건 등을 집중적으로 미국과 일본 측에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조 본부장은 3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적극적 외교활동으로 대화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 지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현 국면을 진단한 뒤 “우리 정부는 대화가 반드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기할 수 있는 의미있는 대화가 돼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여기에는 미국도 같은 생각”이라며 “이런 한미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밀도있는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6자회담은 찬성하지만 6자회담 재개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비핵화가 목적인 만큼 어떤 회담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 정부가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질적인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모종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6일 열릴 3국 협의에서는 6자회담이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도모할 의미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사안들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데이비스 대표를 중국에 보내 후속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보면 이달 내에 이어질 6자회담 관련국간 연쇄 회동이 향후 6자회담을 재개할 것인가를 결정할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다.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병진노선을 내세운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의미있는 단계까지 수용할 경우에는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의 핵개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된 ‘생존 문제’라는 입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안고 있는 근본 모순에 해당된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먼저’를 요구하는 미국에 반발할 경우 6자회담 재개는 말할 것도 없이 북핵 문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더이상의 한반도 불안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태도를 감안할 때 북한이 제한적이나마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제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상황에서는 미국이 과연 북한의 ‘제한적인 변화’를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북관계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 한국과 미국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일단 관련국간 다양한 협의를 진행해보면 방향이 어떤 쪽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짧은 호흡보다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고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을 밟는다는 전략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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