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사자만도 못한’ 무관심에 속상한 흑인운동가들

‘짐바브웨 사자만도 못한’ 무관심에 속상한 흑인운동가들

입력 2015-07-31 09:25
업데이트 2015-07-3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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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들 외출할 땐 사자 복장해야” 풍자글도 나와

‘죽음의 가치가 이토록 다를 수가 있을까.’

짐바브웨 ‘국민 사자’인 세실을 죽인 뒤 참혹하게 머리를 자른 미국인 치과의사에게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맹비난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백인 경관의 총격에 역시 무참하게 사살된 한 흑인의 죽음이 관심을 받지 못하자 흑인 인권 운동가들이 속상한 심정을 토로했다.

ABC 방송의 심야 토크쇼 사회자인 지미 키멜이 세실의 죽음을 ‘역겨운 비극’이라고 평했고, 영국의 TV 스타인 섀런 오스번은 이미 영혼을 잃은 미국인 치과 의사 월터 파머가 집과 돈 등 모든 것을 상실하기를 바란다고 저주하기도 했다.

정치인 출신 평론가인 뉴트 깅리치,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앨리사 밀라노 등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사자의 죽음에 열변을 토하던 유명인들은 그러나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한 미국 흑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파머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던 2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해밀턴 카운티는 비무장 흑인을 총으로 쏴 살해한 신시내티 대학 경찰 레이 텐싱을 살인죄로 기소했다.

당시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본 검사와 국민들은 “텐싱 경관의 총격은 의도적인 살인이었다”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일로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경악했다.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임에도, 사자 세실의 죽음에 묻혀 이 사건이 전혀 부각되지 않자 작가 겸 인권운동가인 루비 아자이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30일 MSNBC 방송에 따르면, 아자이는 “토크쇼 사회자인 키멜이 세실의 죽음에 절규했다”면서 “그가 또 누구를 위해 절규했으며 살해된 사자와 같은 수준의 애도를 받을 만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기다리겠다”며 경찰의 총격에 무고하게 사망한 유색 인종의 죽음에 침묵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작가인 록산느 게이는 트위터에서 만약 흑인이 사자 복장을 한다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풍자했다.

그는 “집을 나설 때 총에 맞을 경우를 대비해 개인적으로 사자 복장을 하고 나설 것”이라면서 “그러면 사람들이 날 보호해 주겠지”라고 썼다.

디스 위크 인 블랙니스(This Week in Blackness)라는 독립방송사의 사회자인 엘턴 제임스 화이트는 트위터 계정의 공개 사진을 사자고 바꾼 뒤 “미국의 흑인은 사자 복장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면 살해되더라도 모두가 슬퍼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MSNBC 방송은 세실의 죽음이 이 밖에도 다른 식으로도 인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경선에 출마한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세실의 죽음에 분노하면서 낙태 옹호단체인 미국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에 대한 분노는 없다”면서 낙태 반대라는 자신의 정견을 펴는 데 세실 사건을 거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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