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굴기 중국의 ‘돈질’에 무너지는 브라질 국내 리그

축구굴기 중국의 ‘돈질’에 무너지는 브라질 국내 리그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2-03 15:41
업데이트 2016-02-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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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축구굴기’(蹴球?起) 탓에 브라질 국내 축구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수백억 원의 스카우트 비용을 쏟아부어 브라질 축구 1부 리그 유망주들을 싹쓸이하는 중국 스카우터들의 행태를 3일 상세히 보도했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 폭락과 불안한 치안, 지카바이러스 창궐 등으로 불거진 사회 혼란이 브라질 선수들의 중국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중국의 돈질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전통의 명문인 코린티안스다. 올해 무려 승점 12점 차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남미선수권 우승이란 다음 목표는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맹활약한 8명의 주전 선수들이 모두 중국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만 주전 4명이 중국 슈퍼리그 팀들의 부름을 받고 중국행을 택했다. 중국이 4명의 톱 플레이어를 스카우트해 가면서 뿌린 비용만 2450만 달러(약 297억 5000만원)였다. 헤나투 아우구스투와 하우프가 베이징 궈안으로, 센터백 지우는 산둥 루넝으로, 그리고 미드필더 자드손은 중국 2부 리그 톈진 취안젠으로 옮겨갔다. 톈진은 또 산투스의 스타 제우바니우를 1200만 달러(약 146억 3000만원)에 스카우트했다. 중국 스카우터들은 지난달 상파울루의 톱 스트라이커도 뽑아갔다.

 그간 중국은 브라질 2부 리그 선수들의 기착지였다. 하지만 지에구 타르델리, 히카르두 굴라르 등 2명의 톱 플레이어가 지난해 중국으로 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트라이커 루이스 파비아누는 1년 700만 달러(약 85억원)에 중국으로 이적했다. 앞서 2011년에는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스카우트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브라지라 플루미넨세에서 뛰고 있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미드필더 다리오 콘카를 스카우트했다.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에 이은 세계 3번째 고액의 이적료가 주어졌다. 이 팀은 지난해 여름에는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까지 데려갔다.

 브라질 선수들을 향한 중국의 탐욕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미 유럽 리그에 정착한 브라질 출신 스타플레이어를 노리기도 한다. 지난주 영국 프리미어 리그 첼시는 중국 장쑤로부터 3500만 달러(약 424억9000만원)를 받고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하미레스를 넘겼다.

 최근 스타플레이어들이 유럽이 아닌 중국으로 대거 몰려가면서 브라질 축구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브라질 국내의 재능있는 축구 유망주들은 주로 마드리드나 밀라노 등 유럽의 명문 팀으로 이적해 갔다. 장래성을 감안해 주로 10대의 어린 선수들을 스카우트했으나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기량이 한창인 20대 선수들을 자금력을 앞세워 데러가면서 브라질 팀들에 전력 공백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NYT는 이를 경제 논리로 이뤄지는 중국의 ‘선수 쇼핑’이라고 비꼬았다. 최근 브라질 경기 침체와 맞물려 축구팀들의 재정난이 가중되면서 이 같은 무차별적 스카우트는 기승을 부리는 상태다.

 중국의 돈을 앞세운 집단 스카우트가 장차 브라질 국가대표팀 구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팀들이 자국 리그 흥행을 노려 이들의 대표팀 차출을 제한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미레스는 지난 월드컵 멤버였고 지우와 아우구스투는 차기 국가대표감으로 지목돼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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