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치품”…빚과 높은 집값에 허덕이는 지구촌 청년들

“집은 사치품”…빚과 높은 집값에 허덕이는 지구촌 청년들

입력 2016-02-14 16:36
업데이트 2016-02-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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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20대 국회의원은 보트서, 유엔 무급직 인턴은 텐트서 숙식CNBC “젊은이들 돈도, 신용도 없어…내집마련·결혼·출산 미뤄”

세계 경제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학자금 대출을 받아 겨우 졸업하고 취업난 속에 사회 첫발을 뗀 청년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웃지 못할 진풍경이 속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30대 국회의원들이 평균보다 3배 높은 임금을 받고도 높은 집값을 감당 못해 보트에 산다거나 부모 집에 얹혀산다고 잇따라 고백했다.

유엔에서 일하던 인턴이 사실상 노숙생활을 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사직한 일도 있었으며 스페인에서는 부모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30세 이하 청년이 수두룩하다.

미국에서는 젊은이들이 돈도, 신용도 부족해 주택을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서 점점 ‘내 집’이란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미 언론에 따르면 영국 집권 보수당의 28세 초선 의원인 윌리엄 랙은 런던에서 집을 살 수 없어 부모 집으로 들어갔다고 털어놓으면서 “몇 년 뒤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해 집을 살 만큼 충분한 돈을 모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랙 의원은 의원으로서 자신의 연봉(7만4천 파운드·약 1억3천만원)이 영국 평균 연봉의 세배에 달하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비싼 집값은 어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앞서 역시 보수당 초선 의원인 조니 머셔(34)도 런던 집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에 전역할 때 받은 퇴직금으로 산 보트를 끌고 지역구인 남서부 해안도시 플리머스와 런던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고 공개했다.

작년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유럽본부에서 무급으로 인턴 생활을 시작했던 뉴질랜드 출신의 22세 젊은이 데이비드 하이드가 비싼 주거비 때문에 텐트에서 생활해 주목받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무급 인턴 직밖에 없었고 그는 면접 때 재정적으로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실대로 “아니다”라고 답했다가 번번이 낙방했다고 한다.

하이드는 결국 유엔에 지원하면서는 자신의 사정을 알리지 않았고 역시 무급인 이 인턴 자리를 겨우 잡을 수 있었지만 6개월간 노숙 생활을 하며 버티다가 결국 사직하고 말았다.

스페인에서도 30세 이하 청년 10명 중 8명이 취업난과 높은 집값 탓에 부모 집을 떠나지 못한다는 통계가 최근 나왔다.

지난달 소개된 민간단체 ‘해방연구소’(EO)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의 30세 이하 청년 10명 중 8명꼴(78.5%)로 부모 집에서 살며, 부모 슬하를 벗어나 독립하는 나이는 평균 28.9세로 나타났다.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내 집’이란 곧 새로운 ‘사치품’이 될 판이라고 보도했다.

당장 집 살 돈이 없을 뿐 아니라 대출 금리가 바닥권인데도 신용상태도 좋지 않아 집을 살 수 없고, 설령 돈이 있더라도 학자금을 갚느라 집을 사거나 결혼·출산을 할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져 21세기에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18∼34세)의 23%가 미취업 상태이며 올해 대학 졸업자의 평균 대출금은 3만5천 달러(약 4천229만원)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에 따르면 첫 주택 구매층인 30대가 첫 집을 사려면 1970년대에는 연봉의 1.7배를 쓰면 됐지만, 이제는 연봉의 2.6배가 필요하다.

18세 이상 성인 1천 명에 대한 TD아메리트레이드 조사에서는 학자금 등을 갚느라 집을 사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48%, 2세 계획을 미뤘다는 응답자가 38%, 결혼을 연기한다는 응답자가 29%에 달했다.

모기지 사이트 렌다의 제이슨 반 덴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학자 대출금을 안고 있는 이들이 집 계약금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NBC는 학자금을 갚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자신의 노후는커녕 현재도 신경 쓸 수 없는 밀레니얼 세대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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