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한국계 펠르랭 장관 퇴진은 문학적 소양 부족 탓?”

“프랑스 한국계 펠르랭 장관 퇴진은 문학적 소양 부족 탓?”

입력 2016-02-24 11:14
업데이트 2016-02-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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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칼럼니스트, 자국 노벨상 수상작 언급 못하는 치명적 실수 지적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정부에 문화장관으로 참여했던 한국계 플뢰르 펠르랭 장관(한국명 김종숙)이 최근 개각에서 밀려난 배경을 두고 프랑스 언론 등에 다양한 추측들이 나돌고 있다. 본인의 인터뷰도 나오고 있으나 정확한 ‘진상’은 아직 미궁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파리 지국장이 24일 칼럼을 통해 펠르랭 장관이 밀려난 배경으로 문화적 소양 부족을 제기했다.

앤-실벤 샤사니 파리 지국장은 프랑스 정부 각료들의 필수 자격 요건이 문학과 예술에 관한 기본 소양이라고 지적하면서 2년 전 펠르랭이 문화장관에 임명된 직후 그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트릭 모디아노(프랑스)의 작품을 제대로 언급하지 못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프랑스 문화를 대표하는 권위 있는 문화장관이 자국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시 프랑스 식자층에 분노를 유발했으며 이때 이미 그의 ‘운명’이 결정된 셈이라고 샤사니 지국장은 지적했다.

당시 펠르랭 장관은 보고서와 법안, 뉴스 등을 챙기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둘러댔으나 문학적 소양의 부족함이 드러나면서 앞서 그가 중소기업 및 디지털 경제 담당 장관으로서 받았던 좋은 평가가 일순간에 잊혀졌다고 샤사니 지국장은 전했다. 또 프랑스 영화산업을 위해 그가 벌인 국가 지원자금 확보 노력도 실수를 만회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과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도 유사한 사례로 큰 곤욕을 치렀다고 샤사니 지국장은 지적했다.

사르코지는 17세기 프랑스 유명작가였던 마담 드 라파예트(라파예트 백작부인)의 대표작 ‘클레브 공작부인’을 읽은 적이 없다고 발언했다 지식층 사이에 분노를 촉발한 바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당시 자신이 문제의 발언으로 졸지에 ‘비(非)문화의 상징’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더욱 나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이 책을 읽지 않은 사실 자체 보다 자신을 그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으로 기억하고 있는 점이라면서 당시 자신의 적극적인 문화생활을 밝히지 않은 것이 주요 실책이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정치문화는 독특하다. 고전들을 마스터하고 이를 과시하는 것이 프랑스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철학자와 예술가, 작가, 수학자 및 과학자들이 활약했던 계몽주의 시대가 결국 프랑스 혁명을 이끌었다는 역사적 전통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대학의 크리스티앙 델포르트 교수는 오랫동안 프랑스 정계가 대부분 예술가나 작가들로 구성돼온 점을 지적하면서 물론 현재는 대부분의 프랑스 정치인이 엘리트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 출신이지만 ‘전통’을 고수하려는 풍조는 아직 여전하다고 전했다.

특히 ENA 등 명문 교육기관에 입학하려면 아직도 자신의 문학적, 예술적 소양을 증명해야 하는 15분간의 구술시험은 여전하다.

최근 ENA와 다른 그랑제콜(명문고등교육기관) 등은 점차적으로 글로벌 세계에 적합한 실용적인 기량 등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서 지식인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며 정치인들은 그들을 자기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펠르랭 장관은 손상을 입은 ‘상품’으로 내년 선거를 앞둔 올랑드 정부에 부담됐을 것이라고 샤사니 지국장은 지적했다.

펠르랭은 올랑드 대통령이 자신을 장관에 임명한 후 “나가서 비위를 맞춰라”고 권유했다고 전했다. “당시는 농담인 줄 알았으나 내가 가야 할 길(로드맵)을 알려준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한편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19일자에서 최근 펠르랭의 퇴진은 후임자인 오드래 아줄래 신임 문화장관과 친분이 있는 올랑드 대통령의 연인인 배우 줄리 가예의 ‘베겟머리 송사’ 때문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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