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어도 중국 푸퉁화·간자 사용으로 전환하나

홍콩, 언어도 중국 푸퉁화·간자 사용으로 전환하나

입력 2016-02-24 14:10
업데이트 2016-02-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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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중국에 주권을 반환한 후 20년이 채 안된 올해 지역 언어인 광둥화(廣東話)어가 점점 사라지고 문자 표기도 중국에서 쓰이는 약자 격인 젠티즈(簡體字)로 바뀌는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특구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중국어 교재에 광둥화 대신 중국의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를 사용하고 있고 이달 말 끝나는 ‘중국어문교육학습영역 과정’ 자문 문건에서 초·중·고교생에게 정자인 판티즈(繁體字) 대신 젠티즈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BBC 방송 중문판이 23일 보도했다.

판티즈는 대만과 함께 홍콩에서 영국 식민지 통치 기간을 포함해 지난 170여년 간 사용돼온 한자 정자 표기 방식이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한자 표기에 이 방식이 쓰인다.

이에 대해 홍콩의 자유기고가 저우쑹화(鄒頌華)는 지난 21일 ‘국제모국어 날’을 맞아 BBC에 기고한 글에서 홍콩 정부 교육국이 여론 수렴과 홍보를 위해 자문이라고 이름붙였지만 결국 젠티즈 사용이 정책으로 채택되는 ‘지시성 건의’라고 지적했다.

기고문은 홍콩 정부가 중국 당국의 의중을 반영, 홍콩과 중국의 통합을 위해 젠티즈 사용을 결연하게 밀어 부치고 있다면서 결국 어느 시점에 홍콩에서 판티즈가 사라지는 길을 열리게 된 것이라는 반발과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주민들은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선 문화를 와해하고 문화 말살을 위해선 언어를 소멸시켜라”는 히틀러의 말을 상기하면서 홍콩 정부의 언어 정책에 반기를 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티즈를 배우면 젠티즈를 읽고 쓰기가 편리하지만 젠티즈만 공부하면 판티즈의 독해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학생들에게 먼저 판티즈를 교육한후 젠티즈를 익히게 하면 문제가 없는데 구태여 젠티즈 일변도 교육 강행의 목적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이다.

기고문은 중국 대륙 14억 인구가 사용하는 젠티즈 교육이 비난할 대상은 아니지만 홍콩인에게 일단 광둥화와 판티즈 교육은 기본 권리라고 주장했다.

홍콩 주민의 이런 반발에도 홍콩의 TV 방송들은 황금 시간대인 오후 8시 30분에 푸퉁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자막도 젠티즈로 처리해 홍콩에서 광둥화 시대가 저물고 푸퉁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예고했다.

홍콩은 지난 1997년 8월1일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한나라 두 국가(一國兩制)’ 원칙에 따라 50년간의 고도 자치를 허용받았으나 벌써 중국 당국의 간섭과 개입이 노골화하면서 시민과 학생들이 ‘우산 혁명’등 대규모 항의시위를 통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홍콩 입법원 의원들이 ‘반중국 서점’ 관계자들의 실종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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