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테러> 테러 참극 상징된 사진찍은 여기자 “그들을 도울 수 없었다”

<브뤼셀 테러> 테러 참극 상징된 사진찍은 여기자 “그들을 도울 수 없었다”

입력 2016-03-23 10:25
업데이트 2016-03-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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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 앞 폭발 때 구사일생 후 신음하며 렌즈에 담은 현장 전 세계 전파

폭발 충격으로 옷과 신발이 찢어진 채 초점 없는 시선으로 울상짓는 여성. 선혈이 흐르는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누군가와 통화하는 여성.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직후의 참혹한 현장 풍경을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한 이는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테러로 다친 동유럽의 한 방송사 기자였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조지아 방송사의 브뤼셀 특파원인 케테반 카르다바(56·여)는 스위스 제네바 출장을 위해 전날 브뤼셀 국제공항을 찾았다.

출국장에서 여행수속을 대기하던 카르다바의 불과 1.5m 앞에서 첫 번째 폭발물이 터졌다.

카르다바는 자욱한 연기 속에 주변은 유리조각, 파편들로 아수라장이 되자 자기도 모르게 사진기부터 꺼냈다.

그는 “충격에 빠졌다”며 “나도 모르게 나온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부상자를 구조할 도의적 책임보다 직무를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우려한 듯 “부상자들을 도울 여력이 없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트위터에도 그런 취지를 설명하는 언론 보도를 잇따라 게시했다.

카르다바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폭발 후 모두가 피를 철철 쏟았어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리가 없었어요. 나는 내 다리를 자꾸 봤어요. 결국 내 다리를 내 손으로 만져서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어요.”

카르다바는 자신도 다친 터라 목소리를 높여 도움을 청했으나 주변에 의료진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남을 돕지도 못하고 의사를 부르지도 못하는 처지에서 기자라면 무엇을 했겠느냐”며 “테러 순간의 실상을 세계에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카르다바는 자신이 촬영한 부상자들은 현장을 혼자 벗어날 수 없었고 자신도 그들을 도울 여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추가 폭발의 우려 속에 벨기에 군인들이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최대한 빨리 공항을 떠나라고 명령하자 카르다바는 자신이 촬영한 이들을 두고 떠났다고 해명했다.

카르다바는 다리에 중상을 입고 공항 바닥에 누워 신음하던 유럽 프로농구 선수 세바스티안 벨린(37)의 모습, 충격을 받은 채 몸을 추스르는 모녀의 모습 등도 찍어 전 세계에 전파했다.

벨기에에 8년째 거주하고 있는 카르다바는 작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를 직접 취재한 터라 충격이 더했다.

카르다바는 “테러는 어떤 곳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며 “‘테러에는 국경이 없다’는 문구의 의미를 이제야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카르다바는 자택에서 부상을 치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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