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고공행진 어디까지…“달러당 80~90엔은 돼야 개입 정당화”

엔화 고공행진 어디까지…“달러당 80~90엔은 돼야 개입 정당화”

입력 2016-04-11 11:25
업데이트 2016-04-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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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채 명목금리 마이너스지만 실질금리는 상승…‘환율조작국’ 우려도 부담

엔화 가치가 어디까지 고공행진할 것인지가 국제금융시장 투자자들 사이에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40분 현재 달러화 대비 엔화환율은 107.63엔까지 떨어져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썼다. 달러화 대비 엔화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정도로 공격적인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에도 엔화가 11% 뛰면서 고공행진하는 것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와 위안화 가치는 폭락하고, 유럽 은행권의 건전성에 우려가 제기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에 뭉칫돈이 몰렸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 달러화 약세에 속도가 붙자 엔화 가치는 더욱 고공행진했다.

이번 고공행진 배경에는 일본 국채의 실질금리가 상승한 영향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일본 국채의 명목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실질금리는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탓에 미국이나 유럽국채보다 상승했다는 것이 모건스탠리와 소시에테제네랄의 분석이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10년물 국채의 실질금리 차는 올해 초 1.1%포인트에서 현재 0.6%포인트로 축소됐다.

캘빈 체 모건스탠리 수석 투자전략가는 “(일본의) 실질금리가 높으면 자본유출을 막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연말까지 엔화가치가 달러당 10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투자전략가들은 이제 엔화의 추가 고공행진에 유일한 장애물은 일본 당국의 개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준야 타나세 JP모건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는 “개입 여부를 결정할 때는 정치적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연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3엔으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초 제시한 연말 전망치는 달러당 110엔이었다.

일본은 과거 행보로 봤을 때 외환시장 개입을 꺼리지 않는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흔들리자 대대적으로 엔화를 팔아 엔화 가치 고공행진을 약화시켰다.

일본 정부는 개입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요 20개국은 경쟁적 통화절하와 인위적 개입을 자제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환율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은 인위적 개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지난 7일 “(환율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때에 따라서는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혀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곧 개입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 당국은 엔화 약세를 위해 직접 개입할 경우 뒤따를 미국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각각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은 모두 선거유세에서 일본을 외환조작국가로 낙인찍어 일본 정책당국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어떤 시장 개입도 부정적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일본 당국은 보고 있다. 일본은행이 안 그래도 엔화 약세를 위해 대대적인 양적 완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와중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무역 이익을 위해 통화절하를 하지 않기로 한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WSJ은 한 관계자를 인용해 덧붙였다.

게다가 일본 당국은 다음달 말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의 자국 개최를 앞두고 개입을 꺼리고 있다고 경제분석가들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개입하려면 엔화 가치가 훨씬 더 올라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이사쿠 오에노 미츠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 이상에 머문다면 개입할 것 같지 않다”면서 “달러당 80∼90엔까지 간다면 (개입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 테오 ABN암로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는 “엔화가 여러 사람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경쟁적 통화가치절하를 자제하기로 한 G20 회의 이후 외환시장 개입 장벽이 상승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으로, 달러당 106엔까지 가면 일본은행이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2월 경상수지 흑자가 전월보다 64% 늘어난 2조4천349억엔으로,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점도 엔화 고공행진을 부추기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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