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1년 지났지만 네팔정부 집 한채 재건못해

대지진 1년 지났지만 네팔정부 집 한채 재건못해

입력 2016-04-20 11:35
업데이트 2016-04-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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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관료주의 폐해…저개발국 자연재해의 민낯

2015년 4월 히말라야 산맥의 세계 최빈국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은 9천여 명의 목숨을 빼앗고 100만 채의 건물을 무너뜨렸다.

이후 세계 각국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건 작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네팔 정부는 올해 초 지진 발생 9개월 만에 주택재건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진 피해가 발생한 40개 군(郡)에 기술자를 파견해 현황을 파악하고, 가구당 최대 20만 네팔루피(약 1천900달러)를 무상지원해 무너진 집을 다시 짓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임시 시설을 제외하고 정부가 재건한 주택이나 학교는 단 한 채도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가을부터 5개월간 이어진 마데시 족(族)의 네팔-인도 국경봉쇄 시위로 석유·생필품 대란이 발생한 것과 고질적인 내정 불안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당면한 문제는 네팔 정부의 행정력 부족과 만연한 관료주의로 여겨진다.

세계 각국은 네팔에 41억 원 규모의 복구비 지원을 약속했다.

복구비 용처를 두고 정쟁을 벌여 온 네팔 각 정당은 최근 이 중 3분의 1의 용처에 대해 합의를 끌어냈으나, 인력과 전문성 부족에 시달려 온 네팔 정부는 지원금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바 라지 카티와다 네팔국가계획위원회(NPC) 부의장은 이번 회계연도 말인 7월까지 “(현재 상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팔 재건국은 여태 본격적인 재건 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채 직원 채용과 사무용품, 차량과 장비 구입 등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학교 700개를 짓는데 9천만 달러를 지원키로 한 아시아개발은행(ADB) 네팔 측 이사 켄이치 요코야마는 “재건당국자들에게 예산관리 소프트웨어 사용법부터 가르쳐야 했다”면서 “수개월째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재건국은 예산관리 프로그램조차 다루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인력부족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현재 인력은 기본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재건 작업은 추가 업무인 셈”이라고 전했다.

재건이 늦어지면서 피해 지역의 주민들은 하루하루 희망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자낙푸르 지역의 오클레니 마을은 여전히 마을 절반에만 전력이 공급되고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참사의 상흔이 역력하다.

주민 상당수가 여태 널빤지와 양철판을 엮어 만든 가건물에서 사실상 노숙생활을 하는 이 마을에선 이달 들어서야 주택재건 지원금 신청이 시작됐으나, 상당수는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

까다로운 신청 요건 탓이다.

이 마을의 농부 아준 쿠마르 슈레스타(27)는 주택과 토지의 소유자 명의가 자신과 부인으로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지원금 신청서 접수를 거절당했다.

지난달 돌라카 지역 싱가티 마을에서는 까다로운 신청 조건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시위와 재건국 당국자들의 임금인상 파업이 잇따라 벌어지기도 했다.

신청기간 2주 동안 싱가티 마을에서는 지진으로 집이 무너진 피해자 2천300명 중 불과 641명만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네팔 정부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야 지진 피해자들에게 토지 재등록 절차를 밟게 했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슈레스타는 “토지 재등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관련 요금도 발생할 것”이라면서 “내가 과연 집을 다시 지을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지원금을 받는 이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내진 설계가 반영된 집을 지어야 지원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나 숙련된 건축기술자와 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네팔에서 20만 네팔루피는 충분한 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클레니 마을의 라나마야 타망(67)은 “우리는 우리가 겪는 문제를 이야기할 대상이 누구도 없다”며 정부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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