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르 잠드는 행복한 순간 체험” …일 ‘간이숙소’ 인기몰이

“스르르 잠드는 행복한 순간 체험” …일 ‘간이숙소’ 인기몰이

입력 2016-05-13 12:21
업데이트 2016-05-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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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수 있는 서점’ 한 달분 예약 완료… ‘고향 집 된장 창고’도 인기

“서가에 꽂혀있는 책을 읽다가 어느새 잠들 수 있는 서점”, “어릴 적 숨바꼭질하던 고향 마을을 떠오르게 하는 오래된 된장 창고의 꾸부러진 침대”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서점”이나 “숙박할 수 있는 된장 창고” 등을 내세운 새로운 숙박시설들이 일본에서 소리 없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숙박시설은 이용요금이 기존 호텔이나 여관 등에 비해 현저히 싼 데다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어 한 달분 예약이 이미 찬 곳도 있다.

작년 11월 도쿄(東京)시내 이케부쿠로(池袋)역 근처에 문을 연 “북 앤 베드 도쿄(BOOK AND BED TOKYO)”가 대표적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읽다가 잠들자’는 취지에서 “묵을 수 있는 서점”을 표방하고 개업한 이 서점은 이케부쿠로 역 서쪽 출구에서 1분 거리에 있는 복합빌딩 7층에 자리 잡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넓은 방을 관통하듯 놓인 큰 서가가 눈에 들어온다.

만화와 사진집에서부터 철학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 1천700여 권이 꽂혀있고 서가 안쪽에 ‘북 셸프(bookshelf)’로 불리는 침대가 놓인 공간이 마련돼 있다. 숙박객은 모든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요금은 평일 1박에 3천780엔(약 4만원)으로 호텔에 비해 크게 싸다. 최대 30명까지 잘 수 있다.

이 서점을 운영하는 부동산회사 알스토어의 리키마루 소(力丸聰) 신규사업부장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베개와 이불 등이 호텔에서 쓰는 것과 같은 고급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친구 집에 놀러 와 마음 편하게 놀면서 책을 읽다가 어느 틈엔가 잠들어 버리는 그런 최고로 행복한 순간을 체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복합빌딩 1개 층을 개조한 숙박시설은 객실을 여러 명이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간이숙소’에 해당한다. 샐러리맨들이 많이 이용하는 캡슐 호텔 등도 간이숙소다

“잠드는 순간의 체험을 새로운 부가가치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졌다. 고객은 대부분 20~30대.

내·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손님이 60% 정도를 차지하지만, 시내에 살기 때문에 굳이 밖에서 잘 필요가 없는데도 서점에서 잠드는 순간을 체험해 보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도쿄도 내의 손님도 30%나 된다. 13일 현재 1개월 후까지 예약이 차 있는 상태다.

나가노(長野)현 마쓰모토(松本)시에 있는 ‘가든 게스트 하우스’는 ‘숙박할 수 있는 된장 창고’로 인기가 높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된장 창고를 개조해 2013년 4월에 오픈한 간이숙소다. 양조실과 누룩 발효실을 개조해 만든 객실이 호평을 받고 있다.

목제 된장 통을 넣어두던 양조실은 벽 도장 일부를 새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옛 모습을 그대로 남겨뒀다. 천정에는 큰 솥에서 삶은 콩을 2층에서 1층 양조실로 운반하는 구멍이 뻥 뚫린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누룩 발효실도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기 위해 톱밥을 단열재로 사용한 두꺼운 벽이 원래 모습대로 보존돼 있다.

입구는 좁지만, 안쪽에는 “뱀장어 모양의 침상”이 놓여 있고 실내조명은 랜턴을 이용해 마치 어린 시절 뛰놀던 비밀기지 같은 느낌을 주도록 했다. 음식물을 가져와 단란하게 즐기는 지역 주민의 교류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이벤트도 열고 있다.

오카야마(岡山)시에 있는 간이숙소 ‘KAMP’는 숙박할 수 있는 캠프장이다. 상점가 뒷골목의 빌딩을 개조해 2014년8월에 개업했다. 1층에 있는 라운지는 목재를 풍부하게 사용해 야외분위기가 감돈다. 밤에는 음악행사 등을 연다. 내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오카야마 시내에 사는 사람들도 자주 찾아 늘 붐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런 개성 풍부한 숙박시설이 늘고 있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요증가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도심부와 리조트 지역 숙박시설의 객실 가동률이 높아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텔은 2014년 말 기준 9천900개로 10년 전에 비해 12% 증가한 데 비해 간이숙소는 2만6천300개로 17% 늘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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