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달러에 경고…1990년 이후 굳어진 美외환정책 ‘흔들’

트럼프, 강달러에 경고…1990년 이후 굳어진 美외환정책 ‘흔들’

입력 2016-05-16 13:55
업데이트 2016-05-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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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듣기엔 좋지만 거기서 끝”…기축통화 위상 약화 우려 촉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몇 달간 강달러에 대한 경고를 일관되게 내놓으면서 1990년대 이후 고수해온 미국 정부의 강달러 옹호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이달 초 트럼프는 강달러의 개념을 사랑한다면서도, 강달러는 미국 경제에 큰 피해를 초래하고 중국에는 득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얻기 위해 수년째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혐의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트럼프는 작년 8월 인터뷰에서도 달러화가 미국을 비참하게 하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에 큰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강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좋게 들리지만, 좋게 들리는 데서 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버트 칸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부는 환율정책을 이용해 무역적자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무역상대국의 보복을 불러와 저성장, 약달러, 무역감소를 불러오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드 트루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환율정책이 트럼프 캠페인의 주된 요소 중 하나가 된다면, 이는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장 좋은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대체로 달러화에 대한 언급을 삼가거나 “강달러는 미국을 위한 것”과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해왔다. 외환정책을 달러화의 가치에 대한 언급으로 미세조정하려 시도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글로벌외환투자전력가는 “클린턴, 부시, 오바마 정부를 거쳐 연속성이 있던 미국의 외환정책을 트럼프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의 달러화에 대한 언급과 관련, “강달러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강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 이는 연쇄반응을 불러일으켜 글로벌 파이가 축소되는 가운데 전 세계가 지분 쟁탈을 벌이는 꼴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최근 수년간 미국 관료들의 강달러 관련 수사(레토릭)에는 달러화 강세가 미국 수출업체에 타격이 되기 때문에 민간에서의 우려를 동반해왔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정상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도입하면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국제 환율전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의 달러화에 대한 시각을 옹호하는 입장도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 겸 브루킹스 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달러에 대한 기존 미정부 입장에 대해 트럼프가 반기를 든 것은 경제적 현실주의가 텅 빈 수사학을 이긴 격”이라며 “미국 경제의 강세와 달러화 강세 간 연결고리를 끊은 그의 태도는 강달러에 대한 의례적인 발언에 갇혀있는 대선후보와 재무장관들을 자유롭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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