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변심?…애플·야후 ‘IT기업 사랑’ 시작됐나

버핏의 변심?…애플·야후 ‘IT기업 사랑’ 시작됐나

입력 2016-05-17 11:42
업데이트 2016-05-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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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애플 싸서 매수한 듯”…버핏 “내 결정 아냐”“버핏 투자로 애플도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전환한 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야후 인터넷 부문 인수전에 참여한 데 이어 애플 주식을 사들였다고 공시하면서 IT기업과 거리를 두던 그간의 투자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 981만주, 10억7천만달러(약 1조2천599억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버핏이 그동안 IT주 투자를 꺼려왔다는 점에서 이례적 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핏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부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매겨진 IT주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실체 없는 동화에 자기 돈을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애플에 대한 투자는 철저히 배제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분은 4분의 3이 크래프트 하인츠나 코카콜라 같은 소비재주, 웰스파고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금융주에 집중돼 있다.

이번 투자로 애플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지분 상위 20대 기업 중 17번째가 됐다.

다만 버핏은 이날 WSJ에 보낸 이메일에서 애플을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밝혔다. 버핏은 앞서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팀에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인 토드 콤스와 테드 웨실러를 영입한 바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억만장자 댄 길버트 퀴큰론스 회장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야후 인터넷 사업부문 2차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애플 투자 소식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이폰 이후 신성장동력 부재로 올해 애플의 매출이 1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현시점에 애플에 대한 투자를 개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1년간 3분의 2토막이 났고, 올해 들어서도 1분기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13년 만에 처음 매출이 감소했다는 실적 발표 이후 무려 13% 폭락했다.

일부에서는 애플이 싸진 게 바로 버크셔 헤서웨이가 투자하게 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샤이라 오바이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버핏은 IT기업을 싫어하는 만큼 싼 주식을 좋아한다”면서 “애플은 현재 작년 수익의 1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S&P500지수 상장 종목 평균인 20배의 절반 수준으로, S&P500지수와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 격차는 2000년 이후 최대”라고 지적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자체가 애플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윌리엄 블레이어의 아닐 도라드라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이제 더는 성장주의 대명사가 아니라 가치주의 대명사가 됐음을 깨닫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장기간 가치투자를 선호하는 버핏과는 달리,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칸은 최근 중국 정부가 애플의 중국시장 판매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애플 주식을 모두 팔고 손을 털었다.

전문가들은 장기투자를 할 여력이 되는 투자자라면, 애플에 대한 투자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태비스 맥코트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주당순이익은 앞으로 몇 분기동안은 압박받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연평균 11.3% 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버핏의 투자는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5년 전인 2011년 역시 IT주에 속하는 IBM에 12억3천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공시한 이후 최근까지 21%의 손실을 낸 바 있다.

버핏은 당시 애플이 아닌 IBM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IBM에 투자했다가 잘못될 가능성은 구글이나 애플에 투자했다가 잘못될 가능성보다 아마도 적을 것”이라며 “나는 그냥 그 주식들을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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