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없었다… 양안 격랑 예고

‘하나의 중국’ 없었다… 양안 격랑 예고

입력 2016-05-20 23:04
업데이트 2016-05-2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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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이후 중화권 최초 여성 지도자’ 대만 차이잉원 총통 취임

차이 “1992년 양안회담 사실 존중… 기존 대화 시스템은 계속 유지할 것
中 의존 탈피… FTA 등 적극 가입”
中 “독립 주장 땐 양안관계 재앙될 것”

대만 첫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蔡英文)이 20일 취임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사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합의한 이른바 ‘92공식’(九二共識)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1992년 양안이 회담을 통해 몇 가지 공통된 인식에 다다른 역사적 사실을 존중한다”고 천명했다.

중국이 집요하게 요구해 온 92공식을 신임 총통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양안 관계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해석하고 명칭도 각자 쓰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차이 총통의 취임사에 대해 “명확하게 92공식을 인정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고, 양안 관계 개선의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지 않은 미완성 답안”이라면서 “평화의 길을 갈지 대립의 길을 갈지 명확히 하라”고 압박했다. 이어 “대만이 독립을 주장하면 양안 관계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차이 총통이 “기존 대화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해 양안 관계가 파탄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75%에 불과한 대만이 당장 중국 시장을 버리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중국도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며 ‘긴장 속 교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만사무판공실의 반응도 ‘강력한 반발’이라기보다는 ‘촉구’에 가까웠다.

차이 총통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양안 기구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다양한 공감대를 갖고 합의를 이뤘다”면서 “이는 상호 이해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 것)의 정신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1992년 이후 상호 교류와 협상을 통해 거둔 성과를 소중히 여겨야 하며 양안의 평화 발전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차이 총통은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우선 “청년 세대를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경제 구조의 전환이 가장 큰 사명”이라면서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과 경제협의체 가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당 계엄 시기의 민주화 탄압과 관련해 “‘진상과 화해위원회’를 구성해 과거의 잘못을 기록하겠다”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당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 이래 중화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라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취임식은 197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저항 가요였던 ‘메이리다오’(美麗島)를 합창하는 것으로 끝났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5-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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