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베트남 서민식당서 7000원 쌀국수 저녁…밥값은 안냈다?

오바마, 베트남 서민식당서 7000원 쌀국수 저녁…밥값은 안냈다?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5-24 11:26
업데이트 2016-05-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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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이어 오바마도 ‘쌀국수 외교’…베트남에 친밀감 과시

베트남 남·북 지역 정서 고려한 메뉴 선정 시각도

베트남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 첫날인 23일 저녁 수도 하노이의 유명 서민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으면서 ‘쌀국수 외교’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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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美유명셰프와 소박한 저녁식사
오바마, 美유명셰프와 소박한 저녁식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24일 오후 쌀국수 요리를 파는 베트남 하노이 서민식당 ‘분짜 흐엉 리엔’에서 미국의 유명 셰프 앤서니 부르댕과 둘이 합쳐 6달러(약 7100원)짜리 ‘소박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2016.5.24 [앤서니 부르댕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오바마는 이날 CNN의 음식 프로그램 ‘파츠 언노운’(Parts Unknown)을 진행하는 셰프 앤서니 부르댕과 하노이의 식당 ‘분짜 흐엉 리엔’에서 식사를 했다.

분짜 흐엉 리엔은 하노이 중심가 하이바쯔엉구의 팜딩호 거리에 있는 대표적인 서민식당으로 쌀국수의 일종인 분짜를 전문으로 한다.

하노이 등 북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짜는 분이라는 쌀국수를 생선 액젓인 느윽맘으로 맛을 내고 숯불에서 막 구워낸 돼지고기 완자를 넣은 국물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물론 야채도 함께 나온다.

서민층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만큼 노점상이나 간이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가격대는 한 사람당 1000∼2000원선이다. 공식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은 만큼 오바마는 이날 수행원과 취재진을 물리치고 부르댕과 함께 현지인들과 어울려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자 맥주를 곁들여 식사한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밥값은 둘이 합쳐 6달러(약 7100원)로 부르댕이 계산했다. 이날 저녁 식사는 오는 9월 방송될 파츠 언노운 프로그램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을 방문한 미 대통령이 현지 쌀국수집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종전(1975년)과 수교(1995년) 후 처음으로 지난 2000년 11월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경제수도’인 남부 호찌민시(옛 사이공) 중심가에 있는 쌀국수 전문점 ‘포 2000’을 찾았다.

이후 ‘포 2000’은 일약 세계적인 쌀국수 전문 체인사업체로 부상할 만큼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클린턴의 당시 ‘포 2000’ 방문을 둘러싸고 비판 여론도 제기됐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팽배했지만, 하필이면 전쟁 당시 남부 정권의 중심지인 호찌민에서 더구나 ‘오리지널’ 쌀국수 전문점이 아닌 곳에서 식사했느냐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번 방문에서 호찌민시를 찾는다. 호찌민시 방문 일정 가운데에는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인 지난 1909년에 지어진 불교 사찰 옥황사(Chuna Ngoc Hoang) 관람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지 음식점 방문 일정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에서 서민식당을 찾았기 때문에 굳이 호찌민에서도 똑같은 일정을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호찌민시 일정은 클린턴과의 차별화를 염두에 두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클린턴이 호찌민시의 쌀국수전문 식당을 찾은 것과 달리 오바마는 하노이에서 북부 음식의 대명사 격인 분짜를 먹음으로써 현지인들 사이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해석이다.

베트남 남북을 대표하는 호찌민시와 하노이시 주민들 간에는 ‘자존심’ 경쟁이 치열한 점을 고려해 오바마 측이 ‘공평하게’ 하노이에서 서민음식점을 찾아 미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유도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같은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가 클린턴이 처음 시도한 ‘쌀국수 외교’ 전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한편 부르댕은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키 작은 플라스틱 의자, 싸지만 맛있는 국수, 차가운 하노이 맥주”라는 코멘트와 함께 식사 사진을 올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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