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나를 외국첩자로 여기는 러시아인 많아” 억울함 호소

고르비 “나를 외국첩자로 여기는 러시아인 많아” 억울함 호소

입력 2016-06-02 09:39
업데이트 2016-06-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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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의 장본인이라는 비난에 “할 말 많다”

러시아 일각에서 소련 붕괴의 장본인으로 매도당해온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러시아에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85세인 그의 그동안 행적을 둘러싸고 러시아 내에서는 소련을 무너뜨린 죄목으로 법정에 세우자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고르바초프는 한 인터뷰에서 소련 붕괴 25년이 지났지만 러시아에서 가장 비난을 받는 인물 중에 한명으로 남아있는 것에 대해 “이는 표현의 자유다”며 일축했다.

그는 퇴임 후 에세이나 기사 또는 책을 통해 러시아의 자유 증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더 뉴 러시아’라는 영문판 저서를 내기도 했다.

고르바초프는 “나는 러시아가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에게서도 권위주의와 단호함을 강조하는 발언은 듣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먼 장래에나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선거에 기반하며 정기적으로 지도자들을 선출할 기회가 주어지는 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국내외 정책 안정에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는 “러시아의 꽤 많은 사람이 이미 나를 외국 첩자로 여기고 있고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러시아 대외 문제에 관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우호적이지만, 자신의 정적인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고르바초프는 “옐친은 독재자였는데 왜 미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지 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85세를 맞은 고르바초프는 이제는 여행도 거의 하지 않으며 이전보다 몸이 불었고 트레이드마크인 머리 위의 점 색깔도 다소 희미해졌다. 가끔 병원 진료를 가기는 하지만 여전히 친구들과 보드카를 마시며 여생을 즐기고 있다.

소련 초대 대통령으로 개혁·개방을 주도한 고르바초프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이끌었다. 그는 1990년 동유럽의 민주화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 공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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