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우칸촌 주민들이 시위하는 까닭은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우칸촌 주민들이 시위하는 까닭은

김규환 기자
입력 2016-06-22 18:00
업데이트 2016-06-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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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칸촌 주민들 시위.
중국 우칸촌 주민들 시위.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에서 동쪽으로 210여㎞ 떨어져 있는 산웨이(汕尾)시 루펑(陸豊)현 둥하이(東海)진의 농촌마을 우칸(烏坎)촌. 인구 3만여 명의 이 편벽한 농촌마을이 지구촌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료 부패의 온상이 된 농촌 토지를 원상태로 돌려달라는 우칸촌 주민들의 요구에 공산당이 비판과 함께 강경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촌민 자치’의 상징인 어촌마을 우칸(烏坎)촌의 촌민지도자가 부패 혐의를 공개 시인했음에도 그의 석방과 토지 반환을 요구하는 주민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22일 홍콩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우칸촌 주민 3500여명은 전날 마을 광장에 모여 린쭈롄(林祖戀·70) 우칸촌 공산당총지부 서기겸 촌민위원회 주임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지난 17일 밤 린쭈롄이 연행된 이후 열린 집회 가운데 가장 많은 주민들이 참가함으로써 공안당국을 긴장시켰다. 주민들은 국기인 우싱훙치(五星紅旗)와 당기를 든 채 마을을 돌며 “우리 서기를 돌려달라”, “우리 토지를 돌려달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전날 당국이 린쭈롄이 하청업체 선정, 자산구매 등 민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사례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자백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강요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당국이 전형적인 ‘모욕주기’를 통해 사태를 신속하게 종결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시위사태는 우칸촌 주민들이 주민 공동의 토지 반환을 촉구하려는 목적의 ‘상팡’(上訪·하급기관 민원처리에 불복해 상급기관에 직접 민원을 내는 행위) 움직임과 집단 시위가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공안 당국이 우칸촌의 지도자인 린쭈롄 서기를 전격 체포하면서 촉발됐다. 체포하는 과정에서 우칸촌 주민 3000여명이 저항하며 경찰과 대치했는가 하면 격렬하게 거리 시위를 벌였다. 중국에서 이 같은 규모의 시위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중국 공안 당국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용한 농촌 마을 우칸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9월 촌민위원회 간부들이 마을 집단 소유로 된 토지 33만 4000㎡(약 10만 1035평)를 주민들 모르게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팔아 푼돈만 나눠준데 대해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토지를 7억 위안(약 1232억원)에 팔아넘긴 촌민위 간부들은 가구당 550 위안(9만 6272원)만 나눠주고 나머지를 모두 착복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알아챈 주민들은 수십 년 넘게 교체되지 않아 부패한 촌민위 간부들이 토지개발업자들과 짬짜미해 비리를 저질렀다며 독재 철폐, 비리 척결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단 시위에 들어갔다. 특히 그해 12월 연행됐던 주민대표 쉐진보(薛錦波)가 의문사하면서 우칸촌의 시위는 소요 사태로 증폭됐다. 우칸촌 사태가 인터넷과 서방언론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자, 광둥성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협상의 손길을 내밀었다. 주밍궈(朱明國) 부서기를 조장으로 우칸촌 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공작소조를 꾸려 활동에 들어갔다. 공작소조는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된 토지의 헐값 매각 과정을 비롯해 촌 정부의 채무, 촌 간부의 비리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주 부서기는 “민주주의와 평등, 권익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광둥성 정부는 토지 매매과정의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당지부 서기 직전제 등 주민들에게 당의 권력을 돌려주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첫 직선 당총지부 서기에 린쭈롄을 뽑았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토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성, 시, 현 등 상급기관은 모두 더이상 우칸촌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린쭈롄은 다시 시위를 조직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지부 서기가 시위대를 조직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린쭈롄은 지난 15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19일 주민총회를 열어 ‘상팡’(上訪)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 큰 희생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린쭈롄의 웨이보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그러나 17일 밤 공안 10여명이 린쭈롄의 집에 들이닥쳐 부패 혐의로 그를 체포해 갔다. 주민들은 날이 밝자 너나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린 서기를 풀어달라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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