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이티 콜레라 창궐 평화유지군 책임 첫 인정”

“유엔, 아이티 콜레라 창궐 평화유지군 책임 첫 인정”

입력 2016-08-18 15:52
업데이트 2016-08-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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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6년 전 초기 발병 책임론 시인”…유엔 대응책 발표 예정

6년 전 카리브 해 국가 아이티를 휩쓴 콜레라 창궐 사태의 초기 발병과 관련해 유엔이 처음으로 책임을 인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사무총장실의 파르한 하크 부대변인은 NYT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몇 년 간 유엔은 콜레라 초기 발병의 연관성과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련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하크 부대변인은 유엔 회원국들과의 논의를 거쳐 정교한 대응 방안이 만들어지면 아이티 정부와 합의를 거쳐 “새로운 대응책을 앞으로 두 달 안에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사무총장실의 발언은 그동안 아이티 콜레라 발병에서 유엔의 연관성과 책임을 강도 높게 부인했던 것과는 다른 중요한 변화라고 NYT는 설명했다.

2010년 10월 발병한 콜레라로 아이티에선 1만 명 이상이 숨졌고 수십만 명이 감염돼 고통을 받았다.

당시 아이티로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PKO) 부대가 콜레라를 전염시켰다는 의혹이 일면서 유엔은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미국 예일대를 비롯한 법의학계는 2010년 네팔에서 아이티로 파견된 평화유지군의 주둔지 중부 미레발라이스 부근을 흐르는 강에서 콜레라가 발병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네팔에선 당시 콜레라가 유행하고 있었다.

아이티 보건당국도 네팔군이 주둔한 기지의 위생정화 시설이 열악해 콜레라균이 현지 강의 지류에 스며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아이티 콜레라 유행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유엔은 책임을 부인했다.

국제시민단체 등이 유엔을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을 때도 유엔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면책특권 등을 내세워 보상 요구를 거부했다.

책임을 인정한 유엔의 입장 변화는 아이티의 콜레라 유행이 “유엔의 행동들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기밀 보고서가 지난 8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진 이후에 이뤄졌다고 NYT는 설명했다.

19쪽의 보고서는 유엔 특별 조사위원이자 미 뉴욕대의 법학 교수인 필립 올스턴이 작성했다.

올스턴 교수는 보고서에서 콜레라 발병에 대처한 유엔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도덕적으로 부적절했고 법적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정치적으로 문제를 더 키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의 책임 부정과 희생자 보상 거부와 관련해선 “회원국에 인권을 존중하라고 주장하는 유엔이 이중잣대를 들이밀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엔 평화유지군 부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유엔 시스템을 꼬집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올스턴 교수는 콜레라 발병이 재앙의 수준까지 번졌을 때 유엔의 핵심 관리들은 평화유지군이 버린 오물에서 콜레라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이후 아이티에선 매년 콜레라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유엔이 벌인 콜레라 퇴치 프로그램도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올스턴 교수의 보고서가 전달된 이후 유엔이 책임을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콜레라 확산에 뚜렷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하는 것은 꺼렸고 면책특권 등을 내세운 법적 입장을 바꾸겠다는 신호를 주지도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올스턴 교수의 보고서는 올해 9월 열리는 유엔 총회 개막식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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