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찜통 차 영아 사망’ 처벌에도 흑백차별?

미국 ‘찜통 차 영아 사망’ 처벌에도 흑백차별?

입력 2016-08-25 10:12
업데이트 2016-08-25 10: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비슷한 사건서 흑인 아빠는 살인죄 기소…백인 엄마는 처벌 면해

미국에서 잇달아 발생한 ‘찜통 차 영아 사망’ 사건에서 수사 당국이 숨진 아이의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때 인종을 차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CBS 방송은 24일(현지시간) 미시시피 주에서 발생한 두 건의 찜통 차 유아 사망 사건을 소개한 뒤 검찰이 사망한 아이의 부모에게 다른 처벌 잣대를 적용했다고 전했다.

흑인 아빠는 살인죄로 기소된 데 반해 백인 엄마는 형사 고발을 면했다.

두 사건 모두 직장에 출근한 부모가 아이를 뒷좌석에 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가 당한 불행한 사건으로 가해자인 부모의 고의성도 없었고 둘 다 술에 취하지도 않았으며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은 똑같은 미시시피 주 법을 적용했지만, 한 사람은 살인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아이를 잃은 불쌍한 부모로만 남았다.

흑인 아빠 조슈아 블런트(25)는 지난 5월 찜통 차에 4시간 동안 방치된 생후 8개월 된 딸 샤니아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

할머니에게 데려다주는 것을 깜빡 잊은 바람에 딸을 잃은 블런트는 “딸이 남긴 마지막 말이 ‘아빠’라는 사실을 알고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고 내 몸이 모두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슈아보다 1주일 앞서 두 살배기 캐롤라인 브라이언트는 역시 열기로 가득한 차에서 8시간 갇혔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브라이언트의 백인 엄마(37)는 불기소 처분을 받은 데 반해 블런트는 2급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블런트의 기소 죄목은 나중에 고의성이 없는 우발적 살인으로 바뀌었다.

블런트의 변호인인 카를로스 무어는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차이는 (수사 당국의) 인종차별주의와 그보다는 덜하지만, 성적인 편견에 따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흑인 남성인 블런트는 사법 시스템에서 무죄 추정의 혜택을 별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시시피대학 법학전문교수인 매트 스테피도 블런트에게 살인죄가 적용되는 과정에서 불공평함이 엿보인다고 했다.

스테피 교수는 “동전 던지기와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올바른 성적·인종적 기대에 부응한다면 (두 부모는) 비통함에 잠긴 부모로 대우받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범죄자로 취급받는다”면서 검찰의 편견이 작용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검찰은 CBS 방송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유죄 평결을 받으면 최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는 블런트는 “딸의 죽음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지만, 고의는 아니었고 그저 비극적인 사건이었다”면서 딸을 잃은 괴로움보다 더 엄혹한 처벌은 없다고 슬퍼했다.

CBS 방송에 따르면 올해에만 미국에서 아동 27명이 더위로 가마솥처럼 달궈진 차에서 벗어나지 못해 숨졌다.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부모나 후견인이 형사 고발된 경우는 전체 사건의 절반 정도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