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리들 ‘싱가포르’ 왜 선호?…‘판문점’은 상징성 부담되나

美관리들 ‘싱가포르’ 왜 선호?…‘판문점’은 상징성 부담되나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5-06 16:30
업데이트 2018-05-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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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미접촉 경험…교통·치안·언론 접근성 등 인프라도 이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치러 신선도 높아 협상전략상 부담 커져 트럼프, 극적 효과 노리며 ‘거론안된 곳’ 깜짝 발표 가능성

한반도 운명의 물줄기를 바꿀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적 무대로 싱가포르가 막판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 대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 표명 속에서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될 가능성이 점쳐지던 판문점 카드는 밀려나는 분위기다.

싱가포르는 외교적 중립지역으로서 과거 북미 비공식 접촉이 이뤄진 곳인 데다가 두 정상의 이동과 신변 안전·경호, 언론 접근성 등 면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여러가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최적지로 평가된다.

싱가포르는 북미 접촉 외에도 타국의 최고위급 회담을 중립적으로 치른 경험이 적지 않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 간 양안 분단 66년 만의 첫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열렸다.

국제 항공교통의 허브로서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나 북한의 구소련시대 비행기의 보수 정비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평양∼싱가포르의 거리가 4천700㎞여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가 중간 급유 없이 비행할 수도 있다.

미국과 북한 대사관이 모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실무적인 회담 준비에도 유리하다.

이밖에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기 위해서는 화려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미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미국 관리들은 처음부터 싱가포르 개최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의 경우 상징성이 크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상징성이 미국 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면 제3국이 아닌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로 급부상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참모진의 반대가 컸다는 후문이다.

이미 지난달 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곳이어서 신선도가 높지 못하고, 분단의 상징적 무대라는 점에서 ‘비핵화 담판’보다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중요 합의를 도출해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이 감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가는 것 자체가 북미 간 합의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협상 전략상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미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한국의 중재역할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수 있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워싱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기적 이벤트의 극적 효과를 노려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곳을 ‘깜짝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장소 선정에 있어서는 트럼프의 ‘변덕’이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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