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난민 100여명 실종… EU·리비아 늑장 구조 논란

지중해 난민 100여명 실종… EU·리비아 늑장 구조 논란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8-07-01 23:04
업데이트 2018-07-0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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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 3명 숨진채 해변서 발견…실종자 대부분도 사망한 듯

“구조요청 무시해 피해 키워”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동쪽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난민 아기들이 지역 주민과 보안군 품에 안겨 있다.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리비아 북부 연안에서 난민들이 탑승한 고무보트가 난파하면서 100여명이 실종됐다.  트리폴리 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동쪽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난민 아기들이 지역 주민과 보안군 품에 안겨 있다.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리비아 북부 연안에서 난민들이 탑승한 고무보트가 난파하면서 100여명이 실종됐다.
트리폴리 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가까스로 난민 협상을 타결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난민 보트가 리비아 연안에서 뒤집혀 100여명이 실종됐다.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CNN 등에 따르면 이 보트에 탔던 유아 3명이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난민을 구조해야 할 EU 및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구조 요청을 사실상 무시해 비극적인 죽음을 방관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뒤집힌 고무보트에서 난민 16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생존자들은 배에 125명이 타고 있었으며 그중에는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페인 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암스는 이 참사에 책임이 EU와 리비아 구조 당국에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오픈암스의 난민 구조선은 이날 오전 9시 EU 군 당국과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무선 통신을 듣고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구조 요청을 항해 시스템에 공식 접수한 것은 오전 10시 30분이었다. 구조 요청 이후 90분을 허비하며 늑장을 부린 것이다. 오픈암스는 로마 해상구조협력본부(MRCC)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MRCC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추가 지원을 거부했다.

오픈암스 난민 구조선의 선장 리카르도 가티는 “해안경비대는 구명조끼 등 기본 장비도 없이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우리 협력 센터 전화에도 응답한 적이 없다. 오히려 현장을 떠나라고 했다. 해안경비대가 총을 들고 구조선을 향해 위협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19∼20일에도 세 척의 배가 뒤집혀 220명이 익사하는 등 올 들어서만 1000명 이상의 난민이 지중해에서 숨졌다. 어린이들의 희생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4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 근해에서는 소형 난민 보트가 침몰해 어린이 6명을 포함한 9명이 숨졌다. 지난 3월에는 그리스 연안에서 난민선이 뒤집혀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8-07-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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