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20년 주둔 끝”…탈레반, 축포 쏘며 “완전한 독립”

바이든 “아프간 20년 주둔 끝”…탈레반, 축포 쏘며 “완전한 독립”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8-31 10:53
업데이트 2021-08-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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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를 선언한 가운데 20년 만에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은 즉각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며 자축했다.

바이든 “아프간에서 20년간의 미군 주둔 끝났다”
미군이 당초 철군 시한을 하루 앞당겨 30일(현지시간) 자정을 1분여 앞두고 철수를 완료한 가운데 이날 미군 수송기 한 대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이륙해 솟구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미군이 당초 철군 시한을 하루 앞당겨 30일(현지시간) 자정을 1분여 앞두고 철수를 완료한 가운데 이날 미군 수송기 한 대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이륙해 솟구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철군 종료 직후 낸 성명에서 “지난 17일간 미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으로 12만 명이 넘는 미국과 동맹의 시민을 대피시켰다”며 “아프간에서 20년간의 우리 군대 주둔이 끝났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당초 예정했던 철수 시한인 31일보다 하루 앞당겨 철군 종료를 발표했고, 직후 군 통수권자가 최종적으로 이를 확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31일 이후로 아프간 주둔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나의 결정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며 31일 오후 연설을 예고했다.

또 탈레반이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이들에게 안전한 통행을 약속했다면서 전 세계가 탈레반의 이러한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모든 미국인과 아프간 파트너, 외국 국적자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인 조율에 나서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한 미군과 외교관 ▲피란민을 식별하고 지원한 참전용사와 자원봉사자 네트워크 ▲피란민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탈레반 “완전한 자유와 독립”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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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흔드는 탈레반 대원들
손 흔드는 탈레반 대원들 트럭에 탄 탈레반 대원들이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무장한 채 손을 흔들고 있다. 2021.8.31
AP 연합뉴스
탈레반도 곧바로 입장을 발표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미군이 카불 공항을 떠났으며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른 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은 스푸트니크 통신에 “아프간 전체 영토가 탈레반 통제에 있다”며 “마지막 외국군이 아프간을 떠났고 이제 우리나라는 자유와 독립을 얻었다”고 말했다.

탈레반 간부 아나스 하나키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20년 아프가니스탄 점령이 오늘 밤 끝났다”고 밝혔다.

미군 마지막 수송기 떠나자 축포와 경적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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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밤하늘에 울려퍼지는 자축의 총성
카불 밤하늘에 울려퍼지는 자축의 총성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30일(현지시간) 오후 11시 59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을 이륙한 직후 31일로 넘어가자 이를 자축하는 총성이 카불의 밤하늘에 울려퍼지고 있다. 2021.8.31
AFP 연합뉴스
철수 시한인 31일을 불과 1분 남겨둔 30일 밤 11시 59분, 미군의 카불 현지 대피 작전을 지휘한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 육군 82공수사단장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태운 마지막 C-17 수송기가 이륙했다.

탈레반 대원들도 어둠 속에서 마지막 미군기가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리를 자축했으며, 공항 주변 도로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듯한 자동차 경적 소리와 휘파람, 총성이 곳곳에서 들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고 모인 군중 주위로는 음악이 연주됐다.

그동안 미군 철수 시한을 앞두고 카불 공항 인근은 아프간을 빠져나가려는 수천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대혼돈 그 자체였지만 시한을 불과 하루 남겨 놓은 이날은 오히려 체념의 분위기가 일대를 뒤덮은 것 같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공항 주변 경계를 서는 가운데 미처 대피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몇백명은 탈레반과 한참 떨어진 곳에 모여 여전히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30일 오전 현재, 이전 24시간 동안 1200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아프간에서 대피한 외국인 및 현지 조력자는 총 12만 3000여명이 됐다.

카불공항 탈레반 통제 하에…미국, 민간기 운항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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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철수 작전 중인 미 수송기
아프간 철수 작전 중인 미 수송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CH-47 치누크 헬기를 싣고 있는 미군의 C-17 수송기. 2021.8.28
미 국방부 제공
미군이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공항은 탈레반의 통제에 놓였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카불 공항에 항공교통 관제 서비스가 없다면서 미국 민간 항공기의 아프간 상공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탈레반은 국제선·국내선 등 공항 운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나임 대변인은 스푸트니크 통신에 “공항 운항 재개가 우선 순위 중 하나”라면서 “우리 목표 중 하나는 국내 전역뿐만 아니라 바깥 세계와의 소통과 운항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장악 이후 탈레반은 과거 집권 때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아프간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수만명이 아프간 탈출을 시도했고, 카불 공항은 거의 유일한 탈출구 역할을 해왔다.

현금 인출하려는 주민들 장사진…정상화까진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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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인출하려는 아프간 카불 주민들
현금 인출하려는 아프간 카불 주민들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은행 앞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2021.8.31
AP 연합뉴스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탈레반이 아프간 ‘독립’을 공식 선언했지만 국가와 사회 시스템 재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불안감과 공포에 카불 시내 은행 앞에는 서둘러 현금을 인출하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은행들은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재개했지만 현금 부족으로 인해 인출 등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지난 28일 민간은행에 영업 재개를 명령하고, 1인당 현금 인출 금액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생필품과 식료품 등 물가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샤흐 아그하라는 주민은 현지 언론인 아리아나뉴스에 “은행들이 문을 닫아서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아프간 경제를 최대한 빨리 일으켜 달라고 탈레반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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