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탈레반과 인터뷰한 여성 기자가 아프간 떠난 이유

최초로 탈레반과 인터뷰한 여성 기자가 아프간 떠난 이유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1-09-02 20:12
업데이트 2021-09-02 20: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지난 17일 탈레반 지도부와 인터뷰했던 아프간 TOLO 뉴스의 여성 앵커,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도움으로 카타르로 탈출

탈레반 지도부와 지난 17일 최초로 인터뷰를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기자. 그녀도 아프간을 탈출했다. 트위터 캡처
탈레반 지도부와 지난 17일 최초로 인터뷰를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기자. 그녀도 아프간을 탈출했다. 트위터 캡처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하자 최초로 인터뷰를 했던 여성 뉴스 앵커도 결국 아프간을 탈출하는 행렬에 합류할 수 밖에 없었다.

아프간 텔레비전 앵커였던 베헤쉬타 아르한드(23)가 2일 로이터 통신을 통해 처음 탈레반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인터뷰했던 때를 회상했다.

아프간 방송 TOLO의 앵커였던 아르한드는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난 뒤 이틀이 지나서 탈레반 지도부와 인터뷰를 했다.

그녀의 인터뷰는 세계 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했고, 탈레반과 인터뷰를 한 최초의 아프간 여성 기자가 됐다.

탈레반 지도부와 인터뷰를 하기 전에 아르한드는 히잡으로 자신의 몸에 드러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아르한드는 “다양한 사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일했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는 항상 긴 옷을 입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도움으로 지난 24일 아프간 탈출 행렬에 합류할 수 있었으며, 현재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머물고 있다.

아르한드는 “탈레반은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당신을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너무 힘들다”면서 아프간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탈레반은 아르한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한다고 밝혔으며, 최초의 인터뷰를 여성 앵커와 한 것도 이러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아프간 방송 뉴스 TOLO대표는 20년 전에는 탈레반이 여성 앵커와 인터뷰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아프간 방송 뉴스 TOLO대표는 20년 전에는 탈레반이 여성 앵커와 인터뷰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탈레반은 그녀가 일했던 TOLO 뉴스의 모든 여성들이 히잡을 쓰도록 했으며 여성 앵커는 다른 방송국으로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히잡 차림은 눈까지 망사로 가리는 부르카와 달리 머리는 가리지만 얼굴은 드러낸다.

게다가 탈레반은 현지 언론에 자신들의 아프간 장악에 대한 보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아르한드는 “기자가 어떤 질문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기자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아르한드의 많은 동료는 탈레반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여성에게도 교육과 일할 권리를 주겠다고 했지만 아프간 탈출을 선택했다.

그녀도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탈출에 동참했다. 아르한드는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다 2012년 파키스탄 탈레반의 총격을 머리에 맞았지만 살아남아 노벨평화상을 받은 말랄라에게 연락했다.

아르한드는 탈레반 지도부와의 인터뷰 뒤 말랄라와도 인터뷰를 했으며, 말랄라는 그녀가 카타르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TOLO 뉴스의 대표인 사드 모세니는 아르한드가 아프간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대부분의 유명한 기자들은 모두 떠났다”면서 “떠난 사람을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하느라 미칠 지경이다”라고 밝혔다.

모세니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지난 17일의 아르한드와 탈레반의 인터뷰는 아프간 역사에서 탈레반 지도부가 최초로 텔레비젼 스튜디오에 출연한 것이란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탈레반이 이 인터뷰를 통해 무장조직이 아닌 보통의 얼굴을 세계에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