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20년]“부인 이름 새긴 결혼반지로 남동생 죽음 확인했다“

[9·11테러 20년]“부인 이름 새긴 결혼반지로 남동생 죽음 확인했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9-12 14:08
업데이트 2021-09-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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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 잃은 바바라, 5년마다 미주리서 뉴욕행
“미국은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 도와야 한다”
“9·11는 미국이 공격받을 수 있는 걸 안 때지만
함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이기도 해”
9/11 테러로 남동생을 잃은 바바라 넬슨 골드만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메모리얼풀에서 추모하고 있다. 뉴욕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9/11 테러로 남동생을 잃은 바바라 넬슨 골드만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메모리얼풀에서 추모하고 있다. 뉴욕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내 남동생 이름을 찾을 수가 없네요. 어디 있니 넬슨.”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메모리얼 풀’에서 만난 바바라 넬슨 골드만(74)은 작은 성조기와 꽃을 들고 연못 주변을 둘러 희생자의 이름을 새겨놓은 청동 난간에서 동생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살기 때문에 5년마다 한번씩 이곳을 찾는다며 “내 동생 이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잠들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주변 시민들이 함께 그의 남동생인 데이비드 윌리엄 넬슨의 이름을 찾았고, 그는 “여기 있었네”라며 꽃과 성조기를 이름에 꽂은 뒤 한참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당시 50세였던 넬슨은 금융사인 카 퓨처스의 부사장으로 세계무역센터(WTC) 북측 타워의 92층에 근무하고 있었다. 골드만은 “다른 곳에서 있었던 회의가 취소돼 사무실에 있었던 게 마지막이었다”며 “월스트리트에 온 게 나였다면”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시신은 찾지 못했지만 WTC 붕괴 2~3주 후에 치아를 통해 사망한 게 확인됐고 이후 현장에서 누군가가 넬슨의 부인 이름인 엘리자베스가 새겨진 결혼반지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은 당시 자신이 세인트루이스의 한 공립학교 카운슬러였는데 넬슨의 부인이 세 아이를 맡아달라고 전화해 상황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가족들과 상의해 적어도 아이들은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그날의 비극을 역사적 사실로만 알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골드만은 “우리는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공감하고 도와야 한다”며 “학교에서도 희생자의 아이들에게 더 신경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넬슨의 부인인 엘리자베스는 국가에서 준 보상금을 보스톤 지역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 중 누군가는 분명 넬슨이 평소에 즐겼던 프렌치 호른을 불고 있을 것”이라며 “9·11은 미국이 취약하다는 것을 안 역사적 전환점이지만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뉴욕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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