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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거부’ 조코비치, 호주서 재구금…정치적 희생양? [이슈픽]

‘접종거부’ 조코비치, 호주서 재구금…정치적 희생양? [이슈픽]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1-15 11:46
업데이트 2022-01-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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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 조코비치 입국비자 두 번째 취소

‘쇠창살 뒤에 갇힌 조코비치’ 모습 그린 세르비아 옥외 광고판
‘쇠창살 뒤에 갇힌 조코비치’ 모습 그린 세르비아 옥외 광고판 10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한 건물에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가 쇠창살 뒤에 갇힌 모습을 그린 옥외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이날 호주 법원은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 5일 멜버른으로 입국한 조코비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입국 비자가 취소되자 제기한 불복 소송에서 그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한편 호주 정부는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으로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2.1.11
AP 연합뉴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로 호주에서 재구금됐다.

조코비치는 1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테니스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멜버른에 머물고 있었다.

‘호주오픈 최다승’ 조코비치는 백신반대론자
호주 정부, ‘백신 미접종’ 조코비치 입국비자 또 취소
호주 정부, ‘백신 미접종’ 조코비치 입국비자 또 취소 14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오는 17일 개막하는 호주오픈을 앞두고 연습하고 있다. 이날 앨릭스 호크 호주 이민부 장관은 조코비치의 입국 비자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조코비치는 지난 5일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이곳으로 입국했다가 호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그의 입국 비자를 취소하자 불복 소송을 제기해 10일 승소했다. 2022.1.14
AFP 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스포츠계 대표적인 백신 반대론자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도 본인의 백신 접종 여부를 공개하기를 꺼려왔고, 백신 접종 의무화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조코비치는 질병을 약보다 음식이나 기 치료 등으로 고칠 수 있다고 믿는 대체의학 신봉자로도 알려져 있다.

2020년 6월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는데, 조코비치는 감염 전력을 내세워 접종 면제를 정당화해왔다.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은 조코비치가 최근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유독 강세를 보이는 대회다.

조코비치가 역대 통산 20회의 메이저 대회 우승 중 절반에 가까운 9번이 호주오픈일 정도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호주에서 조코비치의 인기는 높았고, 조코비치 역시 호주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겼다.

자국민도 입국 차단할 정도로 강력한 ‘국경봉쇄’
호주 입국 거부당한 조코비치
호주 입국 거부당한 조코비치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지난 5일 호주 멜버른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출입국관리소에서 입국 비자가 찍힌 여권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서 있다. 그가 멜버른에 도착한 모습의 사진으로는 8일에야 처음 공개된 것이다. 그가 세르비아에서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백신 면제 요건을 충족해 입국 비자가 나올 것이라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조직위원회의 연락을 받았으나 이곳에서 입국 비자가 취소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지금껏 정부 격리 호텔에 사실상 감금돼 10일 법원 판결을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멜버른 AP 연합뉴스
그러나 조코비치의 백신 반대 신념은 코로나19 해외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호주 방역당국의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호주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국경을 철저히 봉쇄할 정도로 해외유입 차단에 초강경으로 대응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마저 2년 넘게 고향을 방문하지 못했다.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시민들조차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무려 262일 동안 도시가 봉쇄돼 이동이나 외출이 극도로 제한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백신 접종을 받지 않으면 사회 활동이 불가능해 16세 이상 인구의 90%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호주 내에서도 이토록 강력한 방역 기조에 반대의 목소리가 있지만 여론은 정부의 대응에 대체로 지지를 보냈다.

조코비치 “12월에 코로나 양성…접종 면제 요건”
세르비아의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왼쪽 두 번째)가 11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호주오픈 테니스대회가 열리는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 연습 코트에서 코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세르비아의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왼쪽 두 번째)가 11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호주오픈 테니스대회가 열리는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 연습 코트에서 코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올 시즌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는 대회 4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2020년 6월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조코비치는 지난해 12월 16일 또다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차 감염이 백신 접종 면제 요건에 해당한다고 조코비치 측은 주장하고 있다.

조코비치의 출전이 대회 흥행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 정부와 호주테니스협회는 이를 인정해 그에게 면제 혜택을 부여했다.

이에 조코비치는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이를 공개하며 “호주 정부로부터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받아서 떠난다”고 밝혔다.

공항서 입국 거부…법원 허가에도 재차 직권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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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크 조코비치의 부모와 남동생(오른쪽)이 지난 6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 거부와 관련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의 부모와 남동생(오른쪽)이 지난 6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 거부와 관련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그러나 5일 오후 11시 30분 멜버른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그는 입국을 거부당했다.

백신 접종 면제의 당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국을 담당하는 호주연방국경부(ABF)는 조코비치가 적절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충족하지 못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반년 전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했기 때문에 백신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세르비아 호주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조코비치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규정은 규정이고 특별한 경우는 없다”며 조코비치의 입국을 거부한 ABF의 결정을 옹호했다.

조코비치는 호주에 남아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고, 난민 수용 시설로 쓰이는 멜버른 시내의 한 격리 호텔에 머물렀다. 사실상 구금 상태인 것으로 언론은 지적했다.
‘조코비치 비자 취소 무효화’에 환호하는 팬들
‘조코비치 비자 취소 무효화’에 환호하는 팬들 10일(현지시간) 테니스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구금돼 있는 멜버른의 한 호텔 앞에서 팬들이 ‘조코비치 비자 취소 무효화’에 환호하고 있다. 이날 호주 법원은 입국비자를 취소한 호주 정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조코비치 측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 5일 멜버른 공항에 도착한 조코비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 문제로 비자가 취소되고 입국이 거부된 채 추방 대상자를 위한 구금 시설에 격리돼 있었다. 2022.1.10
AP 연합뉴스
이후 호주 법원은 지난 10일 화상심리를 통해 ‘입국비자를 취소한 호주 정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조코비치 측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여권을 비롯한 소지품을 조코비치에게 돌려주고, 호주 정부의 소송 비용 부담, 조코비치의 격리 해제 등을 결정했다.

그러나 앨릭스 호크 호주이민부 장관은 14일 직권으로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비자를 재차 취소했다.

이에 따라 조코비치는 15일 멜버른의 구금시설에 재구금됐고, 호주 법원에 낸 비자 취소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 시설에 구류될 예정이다.

호주 법원은 대회 개막 전날인 16일까지 막판 심리를 열 예정이다.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의 사례가 자국 내 백신 반대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여당, 5월 총선 위해 조코비치 희생양 삼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FP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호주 정부의 강경 대응이 5월 선거를 앞둔 모리슨 총리와 여당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모리슨 총리가 처음에는 빅토리아 주정부와 호주테니스협회의 조코비치에 대한 백신면제 결정을 지지했으나 국민 여론이 좋지 않자 입장을 바꿨다”며 “모리슨이 이번 이슈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 연립여당은 최근 코로나 방역 실패 논란이 커지면서 궁지에 몰려 있다.

지난 6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만 명을 넘어설 정도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점점 늘면서 의료체계 마비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겨울인 북반구와 달리 여름이 한창인 호주는 크리스마스부터 이듬해 1월 중순까지가 본격적인 휴가철이지만 많은 호주인이 코로나 확산세 탓에 휴가를 망쳐 여론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모리슨 총리는 “호주는 다시 봉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며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 확진자 수 급증과 코로나 검사 방식을 둘러싼 난맥상 등으로 위기에 처한 모리슨 총리가 코로나 관련 악재를 덮기 위해 조코비치 이슈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처음에는 코로나19 백신에 반대하는 유명인의 비자 취소는 모리슨 총리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소송에 패소해 조코비치가 풀려나고 비자가 복원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를 호주 평등주의를 무시하는 오만한 인물로 몰아가려 했지만, 패소 후 그의 선택이 실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BC도 “방역 실패로 지지율이 추락한 모리슨 총리가 5월 호주 총선을 앞두고 조코비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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