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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친모 살해 후 여행가방 속에, 미국 여성 9년 만에 유죄 인정

발리에서 친모 살해 후 여행가방 속에, 미국 여성 9년 만에 유죄 인정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6-17 05:26
업데이트 2023-06-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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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친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사법 처리를 받고 2021년 조기 출소했던 미국 여성 헤더 맥이 미국에 돌아와 수사요원들에 체포되는 모습. AFP 자료사진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친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사법 처리를 받고 2021년 조기 출소했던 미국 여성 헤더 맥이 미국에 돌아와 수사요원들에 체포되는 모습.
AFP 자료사진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자친구를 도와 자신의 친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미국 여성이 자국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끔찍한 범행 9년 만이며 인도네시아 사법부의 단죄를 받고 지난 2021년 석방된 지 2년 만에 다시 자국 법의 심판을 받기로 했다.

이제 미국 나이로 27세가 된 헤더 루이스 맥이 장본인. 헤더는 사건 다음해 징역 10년형이 선고돼 7년 2개월을 복역한 뒤 조기 석방됐으나 2021년 귀국 길에 체포됐다. 미국 검찰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자신들은 공모 혐의로 기소했는데 인도네시아 사법 당국은 이를 포함시키지 않아 일사부재리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녀의 재판은 오는 8월 1일 시작해 12월 10일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헤더는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극구 부인했는데 이번에 검찰과의 형량 거래를 통해 최고 징역 28년형을 선고받기로 합의했다.

헤더의 변호인은 일간 뉴욕 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좋은 거래를 제안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헤더는 2014년 8월 12일 발리 섬 누사두아의 리조트 주차장에 버려져 있던 피묻은 여행가방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쉴라 본 비제 맥(당시 62)의 딸이었다. 쉴라는 시카고 사교계에서 유명한 흑인 여성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속하면서도 무슬림이 소수이며 힌두교도가 다수인 발리 섬에서는 살인 사건이 아주 드문 편인데, 쉴라의 시신이 너무 작은 여행가방 안에 들어가 있어서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매우 놀라워했다. 경찰은 여행가방이 발견된 다음날 헤더와 남자친구 토미 쉐퍼를 다른 호텔에서 체포했다. 당시 헤더는 19세 나이에 임신한 몸이었고 쉐퍼는 21세였다.

경찰은 호텔 로비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이들 커플이 사망한 쉴라와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확인하고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객실에 들어간 뒤에도 격한 다툼을 벌였고, 쉐퍼가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쉐퍼는 헤더의 임신 때문에 크게 다투다 실수로 쉴라를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헤더는 흑인 어머니에게 인종을 언급하며 욕설을 퍼부은 뒤 욕실에 들어가 있었는데 쉐퍼가 계속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다 과일을 담는 커다란 접시로 머리를 때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물론 쉐퍼는 쉴라가 자신과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해 어쩔 수 없었다며 정당 방위를 주장했다.

그녀는 발리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미 어머니 살해를 남자친구와 공모하고 어머니의 신탁기금 150만 달러를 배분하는 계획까지 짜고 둘만 아는 암호 ‘보니와 클라이드’를 붙인 것으로 검찰은 봤다. 이에 따라 미국 검찰은 2017년에 살인 모의와 사법방해 혐의로 두 사람을 기소했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 법원은 징역 10년형을 선고, 그녀는 발리의 여성교도소에서 7년 2개월을 복역하다 지난 2021년 10월 29일 조기 석방됐다. 수형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다음달 2일 추방된 헤더는 인천공항을 경유해 그 다음날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그녀는 귀국 길에 감옥에서 낳은 여섯 살 딸을 동반하고 있었다. 체포된 뒤에는 FBI 요원이 그녀의 딸을 따로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헤더의 변호인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이미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헤더를 다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검찰은 헤더가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처벌받았기 때문에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헤더의 친아버지 제임스 L 맥은 유명 가수 낸시 윌슨·제리 버틀러·타이론 데이비스 등에게 곡을 주고 60여장의 앨범 작업에 참여한 재즈 작곡가로 30년 동안 시카고 해롤드 워싱턴 칼리지 음대 학장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그 역시 2006년 8월 그리스 아테네 휴양지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폐색전증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헤더는 부모가 60대와 40대 시절에 만나 낳은 외동딸이었다.

발리 덴파사 지방법원은 쉐퍼에게 살인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 그는 지금도 인도네시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며, 그의 사촌 로버트 빕스(31)는 쉴라의 신탁기금을 가로채 나누기로 한 혐의로 시카고 검찰에 의해 기소돼 9년형을 선고받고 미시간주에서 복역 중이다.

헤더가 2015년 인도네시아 교도소에서 출산한 딸은 여덟 살이 됐고 현재 콜로라도주에 사는 그의 사촌이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더는 딸에게 각별한 애착을 보이고 있으며 섀퍼의 부모는 양육권을 주장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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