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푸틴, 바그너 반란 정말 모르고 당했을까? [월드뷰]

푸틴, 바그너 반란 정말 모르고 당했을까? [월드뷰]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6-27 14:05
업데이트 2023-06-27 14:1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WP “최소 24시간 전 푸틴에 반란 관련 보고”
반란군 모스크바 턱밑 ‘무혈입성’ 묵인 배경 주목

이미지 확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2023.6.26 크렘린 공보실/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2023.6.26 크렘린 공보실/AP 연합뉴스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군사 반란 관련 동향을 미리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소 24시간 전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인용한 미 정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첩보를 사전에 보고 받았다. 해당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정확히 언제 보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 24시간 전에는 확실히 (보고받았다)”고 했다.

다만 WP는 반란 직전 첩보를 입수한 푸틴 대통령이 왜 군사권 박탈이나 모스크바로의 이동 저지 등 프리고진의 반란 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했다.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턱밑까지 ‘무혈입성’ 하도록 알고도 내버려둔 이유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설명이다.

① 푸틴 “반란 일부러 놔뒀다” 주장, 의구심 여전

이미지 확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 남부군 사령부를 장악한 뒤 자신이 군사 반란에 나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틀 뒤인 음성 메시지를 전하긴 했지만 여젼히 그의 행적은 묘연한 상태다. 프리고진 공보실 동영상 캡처 AP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 남부군 사령부를 장악한 뒤 자신이 군사 반란에 나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틀 뒤인 음성 메시지를 전하긴 했지만 여젼히 그의 행적은 묘연한 상태다.
프리고진 공보실 동영상 캡처 AP 연합뉴스
일단 푸틴 대통령은 26일 TV 연설을 통해 반란을 일부러 놔뒀다는 취지로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태 초기부터 헌법 질서와 시민 안전, 생명을 위해 대규모 유혈사태는 피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느라 시간이 걸린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 및 본토 방어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만큼,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반란을 미리 알고도 묵인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안일한 대응으로 권위 훼손을 자초한 것인지 아니면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리더십 타격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바그너그룹에 기회를 주기 위해 본토 무혈입성과 ‘모스크바 턱밑 진격’을 가로막지 않았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② ‘쿠데타’ 아니라서 무대응?

이미지 확대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이 러시아군 수뇌부를 겨냥한 무장반란에 나선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온돈)시 남부군관구 사령부 인근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정규군과 대치하고 있다. 2023.6.24 TASS 연합뉴스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이 러시아군 수뇌부를 겨냥한 무장반란에 나선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온돈)시 남부군관구 사령부 인근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정규군과 대치하고 있다. 2023.6.24 TASS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정권 전복을 노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앞서 24일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규군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명령에 따라 바그너그룹 후방 캠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며 무장 반란을 선포했다. 쿠데타 아니냐는 지적에는 “불의에 맞서는 정의의 행진”이라며 선을 그었다.

26일 반란 중단 후 첫 공개 메시지에서도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며 “정의의 행진 목표는 바그너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다. 특별군사작전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정권 전복을 노린 쿠데타가 아닌, 군 수뇌부를 응징하기 위한 차원의 무장 행동이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이를 고려해 유혈충돌로의 확대를 자제시킨 것일 수 있다.

③ “계엄령·동원령 정당화 구실 기만전술”

이미지 확대
2011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찬 시중을 들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2011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찬 시중을 들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한 정보분석가는 이번 사태를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함께 계획한 ‘가짜 깃발 작전’(기만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레베카 코플러는 2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은 푸틴 대통령이 정치력 강화 수단으로 택한 기만전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것이 연출됐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약하고 군사 반란의 위협이 계속됐다고 서방이 믿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짜고 친 고스톱’이란 주장이다.

코플러는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반란 당일인 24일 수도 모스크바 등에 ‘대테러작전체제’를 발령한 것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는 계엄령 정당화를 위한 구실이라고 주장했다.

④ “우크라 군사력 소진 유도 위한 덫”

이미지 확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항구도시 베르댠스크 최전방을 방문해 군 지휘관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3.6.26 우크라 대통령실/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항구도시 베르댠스크 최전방을 방문해 군 지휘관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3.6.26 우크라 대통령실/EPA 연합뉴스
일부는 푸틴 대통령이 반란 사태를 틈타 대반격 속도를 끌어올리도록 우크라이나를 유도하려던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전열 정비 차원에서 대대적 반격을 지양하는 우크라이나에 기회로 가장한 덫을 놓은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덫에 걸린 우크라이나에 병력과 무기 등 군사력 소진을 강요, 반격 능력이 약화했을 때 본격적인 공세로 판세를 뒤엎겠다는 심산 아니냐고 추정한 것이다.

⑤ “반란군 벨라루스 이주, 용병 주둔 구실 마련”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반란군에 처벌 대신 ‘벨라루스 이주’ 카드를 제안한 것을 들어 개전 초기와 마찬가지로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로의 진격 기회를 엿보는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 내 바그너 그룹 용병 주둔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프리고진과 짜고 반란을 일으킨 뒤 바그너 반란군을 벨라루스로 이주시킨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처음 침공할 당시 남부 접경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수도 키이우로 진격할 수 있도록 영토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이밖에 러시아 내부 분열에 따른 혼란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WP에 따르면 몇몇 미국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의 ‘무대응’이 러시아 정부 고위급 사이의 협응력 부족 또는 내부 경쟁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 내부의 균열을 의미한다는 평가였다.

이런 여러 의혹 때문에 각 서방 언론은 프리고진의 행방에 주시한다.

프리고진의 생사, 바그너 그룹의 우크라전 재참전 여부를 보면 반란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⑥ 프리고진 생사에 달린 ‘숨은 진실’

이미지 확대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단 프리고진은 24일 모스크바 턱밑에서 반란군을 회군시킨 뒤, 남부군관구가 있는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난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하다.

러시아 매체는 그가 반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정부 약속을 받고 벨라루스로 거처를 옮겼다고 보도했으나 정확한 소재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26일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의 행진은 정권 전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육성 메시지를 남겼을 뿐이다.

이후 러시아 탐사 매체 ‘아이스토리스’는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25일 오전 바그너그룹 본사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륙하여 볼고그라드 인근 상공에서 트랜스폰더(위치추적장치)를 껐고 같은 날 저녁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착륙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독립신문 네자비시마야 가제타 등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 민스크 중심가에서 8㎞가량 떨어진 그린 시티 호텔에서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러시아 군사전문매체 ‘라이바’는 26일 저녁 바그너 용병부대가 벨라루스에 진입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지금으로선 이번 반란 사태의 배경도, 반란이 푸틴 정권 및 우크라이나 전쟁 전반에 미칠 영향도 단정하기 어렵다. 프리고진의 추후 행보에 따라 숨은 진실도 차차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형사입건 취하 등 벨라루스의 중재 발표에도 불구, 프리고진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코메르산트 신문은 FSB가 여전히 프리고진에 대해 조소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형사 사건은 법적으로 종료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선동 및 무력 봉기’ 혐의가 입증되면 프리고진은 러시아 연방형법 279조에 따라 12년에서 최대 20년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권윤희 기자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