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대법관·소송 건 윈저 동성애 인권 ‘아이콘’ 급부상

케네디 대법관·소송 건 윈저 동성애 인권 ‘아이콘’ 급부상

입력 2013-06-28 00:00
수정 2013-06-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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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결혼보호법 위헌 판결 후

미국 연방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동성 결혼 커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DOMA)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관인 앤서니 케네디(78)와 이번 소송을 낸 이디스 윈저(83)가 동성애 인권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이날 “결혼은 이성 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한 연방 결혼법(1996년 제정)이 동성 결혼 커플에 대해 세금과 보건, 주택 관련 혜택을 주지 않고 있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대법관 5명은 위헌, 4명은 합헌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동성 결혼을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법률 조항(프로포지션 8)에 대해서도 5대4의 표결로 동성 결혼을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표결에서는 진보·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4대4로 팽팽히 맞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 성향의 케네디 대법관이 위헌 쪽에 가세해 새 역사가 열렸다.

그간 보수적 의견에 주로 표를 던져온 케네디 대법관은 이번 사안에서는 “동성 결혼의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연방정부의 법적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DOMA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와 함께 2010년 연방정부를 상대로 DOMA 위헌 소송을 낸 윈저도 인권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법원 판결 직후 윈저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1929년생인 윈저는 20대 초 한 남성과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혼했다. 이후 IBM에 취직한 그는 1963년 한 파티에서 의사인 시어 스파이어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윈저는 1977년 스파이어가 다발성경화증과 전신마비로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그를 돌보며 해로했다. 2009년 스파이어가 사망한 뒤 윈저에게 36만 달러(약 4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DOMA가 잘못됐다며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윈저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세상을 떠난 배우자(시어 스파이어)도 기뻐하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대법원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고, 이로써 미국은 이제 더 나은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관련 정부 부처에 동성 부부에 대한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도 지시했다.

하지만 보수적 기독교 단체와 공화당 등 동성 결혼 반대 세력은 대법원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며 동성 결혼을 허용치 않고 있는 주만이라도 동성 결혼 금지법이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각 주가 결혼을 이성 간 결합으로만 정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6-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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