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밀해제 정부문서 내용 보도…기존 오바마 해명과 엇갈려
미국 정보당국이 영장 없이 자국민의 통신기록을 수집하고자 3년 전 몰래 법원 허가를 받은 사실이 정부 정보공개에서 드러났다.지난 6월 에드워드 스노든의 기밀 폭로 이후 미국 정부의 마구잡이 감시에 대한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정부의 정보공개 절차에 따라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는 또 ‘영장이 없으면 개인정보 수집도 없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해명과 엇갈리는 내용으로 현 행정부의 신뢰성에 다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기밀 해제된 미국국가정보국(ODNI) 문서를 토대로 미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이 오바마 행정부의 요청으로 2011년 비밀리에 ‘영장 없는 정보수집에 대한 금지’를 풀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DNI는 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의 첩보 기관을 통솔하는 최고 사령탑이다.
이번 기밀해제는 6월 첩보감시망에 대한 논란에 대처하고 투명성을 개선하겠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다.
기밀이 풀린 문서 중에서는 2011년 FISC의 수석 판사이던 존 베이트의 의견서 등이 포함됐다.
이 의견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첩보감시 업무를 감독하는 FISC는 애초 2008년 영장 없는 정보수집 전반을 금지했으나 이후 3년 만에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는 테러음모 등이 의심되는 ‘요주의’ 외국 통신을 효율적으로 빨리 수집하려면 영장 없는 정보 수집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ODNI는 설명했다.
이 결정에 따라 NSA는 영장 없이도 미국민의 전화·이메일 통신기록 대다수를 수집해 최장 6년을 저장해놓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정보당국은 자국민 정보수집 대상자가 테러분자 등 적대세력과 실제 접촉했다는 합당한 근거를 제시할 의무도 없어졌다고 WP는 비판했다.
앞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10일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를 토대로 2011년 10월부터 NSA가 미국인과 미국 거주자에 대해 영장 없는 정보수집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NSA는 그동안 외국인의 통신정보는 마음대로 추적할 수 있지만 미국 국민의 정보는 영장이 없으면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