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사 중단, 여권·비자 발급 지연, 공원 폐쇄 등과거 사례로 볼 때 특정 정파 유·불리 따지기 어려워
미국 정치권이 이달 말까지 2014회계연도(내달 1일∼내년 9월 30일) 잠정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당장 내달 1일 연방 정부 기관의 공무원 80만∼100만명이 일시 해고된다.강제로 무급 휴가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회계연도 개시 전까지 예산이 임시로라도 확정되지 않으면 법률에 따라 중앙 정부가 핵심 인력의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공공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경제 소식통에 따르면 ‘핵심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중앙 부처에 미리 알려준다.
군인, 경찰,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 및 수도 등과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 공무원은 업무는 계속하되 보수는 지급되지 않고 예산안 의결 때 소급 적용된다.
각 정부 기관은 셧다운 직전에 OMB 및 법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부 폐쇄로 인해 변동되는 사항을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
또 이른바 ‘비핵심 서비스’에 종사 중인 중앙 공무원은 일시 해고(furlough) 상태로 전환된다.
원칙적으로는 비핵심 서비스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자발적인 무보수 근무도 법적으로 불가하다.
비핵심 서비스라도 미국민이나 외국인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항으로는 정부 도급 공사 중단, 여권·비자 발급 지연, 국립공원·박물관·동물원 폐쇄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우편 서비스를 뺀 연방 공무원 200여만명 중 80만명 내지 120만명이 일시 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시 해고된 비핵심 서비스 종사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정부가 문을 닫는 기간 월급을 받을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의회 의결로 일시 해고 기간에도 소급해서 월급을 줬다.
미국은 1976년 이래 모두 17차례 셧다운이 발생했다.
1976년부터 1980년까지 6차례 미국 연방 정부가 최단 8일부터 최장 17일간 문을 닫은 바 있으며 이후 1995년까지는 9차례 셧다운에 돌입하기는 했으나 기간은 최장 사흘간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이자 가장 심각한 정부 폐쇄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생겼다.
공화당과 행정부 간 의료 복지, 교육, 환경 예산과 관련한 대립으로 1995년과 1996년 2차례 총 26일간 정부 기관이 문을 닫은 것이다.
첫 번째는 공화당 주도로 처리한 잠정 예산안에 대해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1995년 11월 14∼19일 닷새간 셧다운이 지속됐다.
이 기간 80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일시 해고됐다.
두 번째는 1995년 12월 16일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 21일간 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된 것이다.
이는 연방 정부의 셧다운 역사 중 최장 기간이다.
공무원 28만4천명이 일시 해고됐고 47만5천명은 무보수로 자발적으로 근무했다.
당시 정부 폐쇄로 인해 국민은 큰 불편을 겪었으나 특정 정파에 대한 유·불리는 따지기 어렵다.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은 1996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공화당은 동시에 치러진 선거에서 하원에서는 8석을 잃었으나 과반(공화 228석, 민주 207석)을 유지했으며 상원에서는 2석을 더 확보하면서 확실한 과반(공화 55석, 민주 45석)을 지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