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첫날…미국 전역 혼란·불편 점차 가시화

셧다운 첫날…미국 전역 혼란·불편 점차 가시화

입력 2013-10-02 00:00
업데이트 2013-10-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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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십만 귀가조치…워싱턴 관광객 발길 ‘뚝’

미국 전역이 1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수도 워싱턴DC는 오전만 해도 평시 분위기였으나 오후 들어 수십만명의 공무원들이 귀가하고 일상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혼란과 불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워싱턴DC 외곽과 도심에서는 평시처럼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연방정부 청사 주변에도 일터로 통근하는 공무원 발길이 평소와 같이 지속됐다.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 대부분이 일단 소속 공무원들에게 정상 출근한 뒤 관련지침을 받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귀가조치 대상인 비필수 요원으로 지정된 인력도 대부분 직장에 출근했다.

그러나 각 부처와 기관이 백악관의 지침을 통보하고 비필수 요원들에게 공식 귀가조치와 무기한 대기를 명하면서 셧다운의 영향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귀가를 통보받은 직원들은 회의와 출장일정 등을 취소하고 캐비닛에 문서들을 넣어둔 뒤 이메일과 보이스 메일에 부재중 메시지를 남기고는 직장을 떠났다.

남아있는 직원들도 사무실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 비상근무를 어떤 식으로 할지, 봉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등을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국무부의 한 여성직원은 “셧다운 기간 근무하면 봉급이 어떤 식으로 지급될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최소 80여만명의 비필수 인력 귀가가 현실화되면서 연방정부 업무는 본격적인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회계연도 잠정 예산안 처리 협상 시한을 수시간 앞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회계연도 잠정 예산안 처리 협상 시한을 수시간 앞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AP 연합뉴스
상무, 농무, 교육부와 보훈처, 무역위원회, 의회도서관, 인구조사국 등 기관들이 줄줄이 자체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백악관도 홈페이지 첫화면에 셧다운으로 업데이트가 어렵다는 공지를 올렸다.

정부의 주요 통계발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무부는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건설지출 동향을 발표하지 않았고 노동통계청도 오는 4일 예정된 9월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각 지역 방문 센터 업무와 상담원 전화 안내 서비스가 중단돼 납세자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식품의약국(FDA)은 조사관들이 출근하지 못함에 따라 수입 식품과 약품 조사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각 지방에서 전염병 감시업무를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민간 인력 72%가 일시 해고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정보 업무의 차질도 예상된다.

법원은 근무를 계속하고 있지만 연방정부가 소송 당사자인 재판에서는 정부 측에서 셧다운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스의 합병과 관련한 독점금지법 위반 사건에서 원고인 법무부는 재판 연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내달 25일로 예정된 기일을 변경하지는 않았다.

연방 법원행정처장인 존 베이츠 판사는 앞으로 2주간은 인력을 줄이지 않고 법원을 운영한다면서도 배심원, 국선변호사의 수당 지급은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직원들과 연대감에서 월급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창설 55주년을 맞았으나 전체 직원 1만8천여명 중 97%가 강제 무급 휴가를 받아 출근하지 않았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일하는 우주인과 이들을 지원하는 등의 업무를 맡은 필수 인력 600여명만이 근무를 계속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서부의 옐로스톤을 비롯한 401개의 국립공원이 전면 폐쇄되면서 공원 관리직원 2만4천명 중 87%가 일시 해고됐다.

특히 19개 박물관과 미술관, 동물원을 거느리는 세계 최대의 종합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이 문을 닫았으며 뉴욕 자유의 여신상도 출입이 통제돼 국내외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이날 오전 워싱턴 모뉴먼트와 의회 사이 스미스소니언 국립박물관들이 밀집한 내셔널몰 주변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썰렁한 분위기였다. 셧다운될 경우 관광명소와 국립공원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식이 일찌감치 알려진 탓이었다.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자연사 박물관과 미국사 박물관 앞에는 “셧다운으로 박물관 문을 닫으며 주·야간행사 모두 취소한다”는 공지문이 나붙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온 대니얼이라는 50대 남성 관광객은 “뉴스를 봤지만 혹시나 해서 찾아왔는데 출입이 통제됐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워싱턴DC 시내에 있는 3대 공용골프장인 이스트포토맥, 락크릭, 랭스턴 골프장도 문을 닫았다. 평소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스트포토맥 골프장을 애용해온 W씨는 “셧다운 여파가 이곳까지 미칠지는 몰랐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셧다운의 여파는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의회에도 미쳤다.

의사당 청소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구내식당도 영업을 중단해 의원실 대부분이 샌드위치나 도시락을 먹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보좌진 대부분을 휴가 보낸 의원들은 쇄도하는 전화를 받을 사람이 없어 상당수가 자동응답기로 돌려놨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중요 외교행사들도 차질을 빚었다. 주미 태국대사관은 이날 저녁 국립문서관리기록청(내셔널 아카이브)에서 미·태국 수교 180주년 행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건물 자체가 폐쇄되면서 이를 취소했다. 그밖에 연방정부 건물 내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교민사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민권과 영주권 심사와 발급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들이 엿보였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한 50대 교민은 “일주일 이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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