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7일 ‘히로시마 방문’…美대통령 최초 방문 “사과는 없다”

오바마, 27일 ‘히로시마 방문’…美대통령 최초 방문 “사과는 없다”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5-11 09:01
업데이트 2016-05-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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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로 비쳐질 수 있다” 미 국내외 논란 우려해 검토 장기화

백악관 “사과 아니다“ 선긋기…히로시마 연설서 ‘메시지 관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1945년 미국이 마지막으로 핵무기를 사용했던 피폭지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역사적인 방문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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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번 히로시마 방문은 미국 안팎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예고된 수순’의 성격이 강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집권 내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해온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이번 방문이 자신의 이니셔티브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없는 세상을 주제로 연설한 뒤 전 세계 정상들을 초청한 가운데 핵안보정상회의를 추진했고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개인적으로 임기 내에 또 하나의 중요한 외교적 업적(레거시)을 남기는 의미가 크다. 이란 핵협상과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기후변화 합의에 이어 외교사적 이벤트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단을 머뭇거리게 한 요인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을 빨리 끝내기 위해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결정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점이었다.

미국 내에서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와 전쟁포로 단체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반대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일제의 직접적 피해를 본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주변국으로서도 ‘가해자’인 일본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미 국내정치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유약하다고 비판해온 공화당에게 또다른 공세의 빌미가 될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핵무기 없는 세상 구현이라는 측면과 국내외 여론의 우려라는 두 가지를 놓고 오랜기간 저울질해본 끝에 결국 전자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미·일 동맹의 특수성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이 아시아 역내 질서를 주도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안보 파트너가 되고 있는 아베 정권이 히로시마 방문을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상황을 계속 모른체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을 앞두고는 일련의 ‘사전정지’ 작업이 전개됐다.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가 지난해 8월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데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도 지난달 11일(도쿄 시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모두가 히로시마를 방문해야 한다”며 “나는 언제인가는 미국의 대통령이 그 모두의 한 명이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잡았다.

이렇게 볼 때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히로시마 방문 과정에서 ‘사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을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번 방문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때 핵무기를 사용하는 결정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쟁 기간 희생된 모든 무고한 사람들을 추모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게 로즈 부보좌관의 설명이다.

로즈 부보좌관은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국가로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는 오바마 대통령이 27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행할 공개 연설에도 그대로 투영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투하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쪽으로 ‘메시지 관리’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아베 정권이 과거사를 계속 부정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주변국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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