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민과 나란히 앉은 오바마 3000원짜리 ‘쌀국수 외교’

베트남 국민과 나란히 앉은 오바마 3000원짜리 ‘쌀국수 외교’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5-24 22:42
업데이트 2016-05-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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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방문서 서민행보 ‘파격’

서민식당서 CNN 미식 프로 촬영… 외신 “마지막 적대감 무너뜨린 밤”

‘낮은 플라스틱 의자와 싸지만 맛난 국수, 그리고 차가운 하노이 맥주….’

오바마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조촐한 저녁식사
오바마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조촐한 저녁식사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이 23일 하노이의 한 서민식당에서 셰프인 앤서니 부르댕과 쌀국수를 먹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부르댕이 진행하는 CNN의 음식 프로그램 ‘파츠 언논’ 녹화를 겸해 이뤄진 만남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해박한 베트남 관련 지식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촬영분은 오는 9월 방영 예정이다. 부르댕은 사진과 함께 “식사비를 내가 냈다”는 유머 섞인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앤서니 부르댕 트위터 캡처
24일 미국의 유명 셰프 앤서니 부르댕의 트위터에는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전날 밤 베트남 하노이의 대중 음식점에서 자신과 함께 전통음식인 분짜(쌀국수)를 먹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사진이었다. 평소 격식 파괴를 즐기는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 방문한 베트남에서도 서민 행보를 이어갔다. 거창한 만찬 대신 하노이 중심가에 자리한 ‘분짜 흐엉 리엔’이란 식당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려 소박한 저녁식사를 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맥주와 함께 구운 돼지고기에 소스를 발라 국수를 얹어 먹으며 베트남 음식과 문화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둘이 합쳐 낸 저녁식사 값은 불과 6달러(약 7100원)에 불과했다.

이날 식사는 공식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르댕이 진행하는 CNN의 미식 프로그램인 ‘파츠 언논’의 녹화를 겸한 서민생활 체험이었다. 식당 밖에는 인파가 몰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오바마 대통령은 식당 앞을 가득 메운 이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시민들은 환호하며 휴대전화로 자신들의 단골집에 출현한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AP는 이날 밤 오바마 대통령이 보인 탈권위주의 행동을 냉전시대 적대감의 마지막 잔재를 무너뜨린 역사적 장면으로 묘사했다. ‘쌀국수 외교’를 통해 베트남 국민에게 연대감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23년째 영업 중이라는 식당 주인 응우옌 티 리엔은 가디언에 “부르댕이 온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가 그렇게 ‘특별한 손님’을 데리고 올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그녀는 너무 경황이 없어 오바마 대통령과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오바마 효과’로 식당은 북새통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손님은 오바마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에서 휴대전화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6-05-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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