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총기규제 입법화’ 이번에는 성공할까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이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연일 내고 있지만, 미 의회에 계류 중인 총기규제법안이 이번에도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이 미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적지 않은 후원금을 받을뿐더러,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에서 500만명이 넘는 NRA 회원들의 표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NRA는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430만 달러(약 50억원) 규모의 로비자금을 뿌린 것으로 추정된다.의회는 2011년 개브리엘 기퍼즈 전 하원의원 총격 사건과 2012년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지난해 12월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사건 등 주요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총기규제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번번이 부결됐다. 현재 상원에는 신원 조회 강화 등을 담은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총기규제에 찬성해온 민주당은 최근 15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불사하며 공화당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공화당은 법안에 대한 표결은 동의하면서도 자체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오락가락 행보는 공화당 내부의 강경한 총기 옹호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NRA와 만나 테러리스트 감시 명단자 등이 총기를 사지 못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입장 변화를 시사했으나, 17일 텍사스주 연설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 문제를 총기 문제로 바꾸려 한다”며 “문제는 총기가 아니라 테러다. 올랜도 사건 때 누군가가 총기를 갖고 있었으면 용의자를 쏴서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며 총기 옹호론자들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공화당과 트럼프의 이 같은 입장은 NRA의 로비 영향이라는 것이 미 언론과 시민단체의 평가다. 미 시민단체 대응정치센터(CRP)의 정보사이트 ‘오픈시크리츠’에 따르면 NRA가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공화당 의원들에게 직접 후원금으로 뿌린 돈은 39만 4900달러로, 이번 대선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던 랜 폴 의원과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 등 상원 20여명, 케빈 맥카시 원내대표와 존 베이너 전 의장 등 하원 180여명에게 골고루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버 위원장 등 NRA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공화당 의원 10여명은 트위터에 올랜도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 언론은 “NRA의 후원금과 회원들의 표를 원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책임은 다하지 않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NRA는 또 공화당 후원조직 정치행동위원회(PAC) 15곳에도 같은 기간 15만 5400달러를 지원하는 등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다.
NRA는 11월 대선과 함께 열리는 상·하원 선거 전까지 총기 옹호를 강조하는 의원들과 그들의 PAC에 후원금을 더 제공하고, 총기 소유자로 구성된 회원들의 표도 몰아줌으로써 당선을 돕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CRP에 따르면 NRA와 산하조직들은 지난해에만 로비자금으로 360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06-20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