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용서 못한 콜롬비아… 평화협정 표류

반군 용서 못한 콜롬비아… 평화협정 표류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6-10-03 23:04
업데이트 2016-10-04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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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반대 50.21% 안팎

여론조사 찬성 10~20%P 앞서… 평화 원하지만 정부 협정안 불만
산토스 정부 재협상 동력 상실… 유혈 충돌 재발 가능성은 희박


충격
충격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간 평화협정안이 2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자 평화협정 지지자들이 보고타의 거리에서 충격에 빠진 채 눈물을 보이고 있다.
보고타 AP 연합뉴스
환호
환호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간 평화협정안이 2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자 반대파들이 보고타에서 환호하고 있다.
보고타 AP 연합뉴스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단체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지난달 26일 체결한 평화협정안이 2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52년간 내전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국민적 상처가 남아 있음에도 반군 활동에 ‘면죄부’를 주고자 한 정치권의 협상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반군 6개월 재교육 면죄부’ 반발 커

콜롬비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콜롬비아 정부와 FARC의 평화협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유권자의 37.41%(1306만 3500여명)가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고 보고타 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찬성과 반대의 표차는 5만 6000여표로 0.43% 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민투표를 제안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확정된 뒤 대국민연설에서 “과반이 평화협정에 반대했지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쿠바 아바나에 머물고 있는 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도 “FARC는 안정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장 농민군 지도자들이 1964년 결성한 FARC는 좌익정부 수립을 목표로 마약 밀매 등을 하며 정부군과 대립해 왔다. 하지만 남미 역사상 최장기 내전으로 최소 22만여명이 사망하고 8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오랜 내전에 지친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지난달 평화협정 논의를 마무리했지만 국민투표 부결로 이를 이행할 근거를 잃게 됐다.

국민투표 부결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 안팎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13~15일 여론조사에서 찬성 55.3%, 반대 38.3%를 기록하는 등 지난 8월 이후 8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매번 찬성 의견이 10~20% 포인트 우세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국민이 평화는 갈구하지만 현 정부의 협정안 내용에는 불만을 가졌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협정안은 무엇보다 FARC 구성원들이 향후 6개월간 무기를 반납하고 재활 교육을 받으면 반군 활동 때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FARC는 정당 조직으로 변신해 콜롬비아 의회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찬성 높은 북부 투표 25%로 낮은 탓도

현직 상원의원으로 평화협정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은 “평화협정이 전범들을 사면한다”는 논리로 반군 피해자들의 여론에 호소하며 재협상을 주장해 왔다. 산토스 정부가 피해자 보상, FARC 점령지의 토지 분배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협상을 진행해 여론의 반감을 샀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밖에 FARC의 게릴라 공격을 많이 받아 평화협정 반대 여론이 높았던 내륙 지방과 달리 찬성 여론이 높았던 북부 카리브해 연안에서 지난달 30일 태풍 ‘매슈’의 영향으로 투표율이 25% 정도로 낮게 나온 점도 전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번 투표 부결로 유혈 분쟁이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콜롬비아 정국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산토스 대통령은 “정전은 지속된다”며 정부 협상단에 3일 FARC 지도부와 추후 방안을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가 산토스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국정 추진 동력을 잃은 현 정부가 향후 평화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부와 달리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구속받지 않는 콜롬비아 의회가 FARC와의 평화협정을 인준할 가능성도 제기되나 국민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타 포스트는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6-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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