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발표 美대학 유학생들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시국선언문 발표 美대학 유학생들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6-11-20 17:09
업데이트 2016-11-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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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조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로서 그냥 구경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유학생들이 16일(현지시간) 캠퍼스 잔디광장에서 시국선언식을 진행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시국선언추진위원회 제공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유학생들이 16일(현지시간) 캠퍼스 잔디광장에서 시국선언식을 진행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시국선언추진위원회 제공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외국에 있는 유학생 등 교민 사회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유학생 100여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캠퍼스에 모여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국문과 영문으로 된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뒤 촛불 점화식과 구호 제창 등을 했다.

 시국선언 발표를 이끈 ‘존스홉킨스대 시국선언추진위원회’의 전동현(22·국제관계학)씨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100만명 촛불집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유학생 10여명이 의기투합해 위원회를 꾸렸고, 시국선언문 초안을 만들어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며 “서명에는 유학생·연구원 등 136명뿐 아니라 교포·외국인 37명도 동참했다. 박 대통령 측에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문으로도 선언문을 만들어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고은(22·의예과)씨는 “졸업 후 돌아가게 될 나의 모국, 나의 터전의 정세를 지켜보면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그러던 중 100만명 촛불집회 소식을 접하고 내 자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기 싫어 시국선언에 동참하게 됐다.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심각한 시국인지 유학생들도 더 관심을 가지고 액션을 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생활이 8년째인 한규상(21·의예과)씨는 “이번 사건만큼 한국인으로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다”며 “우리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근본 없는 작자에 기대어 국가의 중대한 결정들을 맡겨버린 것은 어떤 정치적 이슈보다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민중현(21·물리학)씨는 “최근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기밀정보 유출이 이슈가 됐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와 박 대통령에 반대하는 전국적, 동시다발적 시위가 발생했다. 이 두 가지 공통분모로 인해 이 사태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광화문 집회 등) 질서정연한 시위대의 모습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김다연(19·자유전공)씨는 “유학생으로서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절망하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절망하고 가슴 아파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이번 시국선언을 통해 하나의 촛불을 더함으로써 고통을 함께 나눴으면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으로서 시국선언문 서명에 동참한 티나 이팅 후앙(19·신경학)씨는 “100만명 집회를 비디오로 접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단합된 나라의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생각했고 더 알고 싶어졌다”며 “시국선언식에 참가함으로써 이 일에 대해 더 알 수 있을 것이고, 정치적 문제에 있어 깨어있는 한국 학생들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수도권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 메릴랜드대 유학생들도 18일 100여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국가를 사유화해 민주국가의 기반을 뒤흔들었다’고 비판하며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하고 공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미국 대학 유학생들의 시국선언에는 버클리대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이 참여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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