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국제공조’ 물밑선 ‘읍소’…철강 국가별 격차 커 공조 무의미
“최근 미국 워싱턴에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통상 정부 관계자들이 바글바글합니다.”트럼프 “관세 철회하지 않을 것… 모든 나라에 속아 왔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세 번째) 이스라엘 총리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멜라니아 트럼프(오른쪽)와 사라 네타냐후(왼쪽)도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관세 철회 가능성을 묻는 기자에게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무역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친구든, 적이든 간에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의해 속아 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만 한다”고 대답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워싱턴 AFP 연합뉴스
미국의 거센 보호무역 주의 발호에 대해 겉으로는 국제 공조를 외치고 있지만 물밑에선 자국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각개전투’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이 발동한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의 경우 품목이 일정해 국제 공조 가능성이 크다. 반면 철강은 국가별로 대미 수출 품목이 너무 상이해 국제 공조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국제 공조의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주요 타깃인 중국과 손을 잡을 경우 괘씸죄가 추가돼 더 큰 보복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 전까지는 자국을 예외로 해 달라는 ‘읍소 전략’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예외는 없다’던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여지를 남겨 뒀다. 이날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미국 노동자와 국민에게 공정한 거래를 성사한다면 두 나라에 대한 철강 관세는 협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국가별 관세 면제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예외를 두지 않더라도 품목별 관세 면제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한다. 미국 내 제조업체들의 불만 때문이다.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매기면 이를 쓰는 미 제조업체의 원가가 치솟고 경쟁력이 약화돼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자국 주요 수출 품목을 관세 대상에서 빼 달라는 각국의 로비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대미 수출 철강재 1위 품목인 강관(198만 8000t)을 비롯해 도금칼라(47만 7000t), 열연강판(27만 1000t), 후판(19만t), 형강(14만 2000t) 등을 관세 면제 품목에 포함시킬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의 통상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미 무역대표부(USTR)의 업무량이 폭주, 이달 열릴 예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협상 일정도 표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협상을 철강 관세와 연관시킨 만큼 한·미 FTA 협상에서도 통상 압박 카드로 쓸 것이란 예측이 강하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8-03-07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