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 구이·야구 게임… 트럼프의 ‘메타포 대북 외교’

칠면조 구이·야구 게임… 트럼프의 ‘메타포 대북 외교’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8-06-29 22:30
업데이트 2018-06-2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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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 협상 난관·긴장 상황 반영
‘장기화 대비 속도 조절론 거론’ 분석
싱가포르행 직전 G7 정상회의에서는
“공 치게 될진 몰라”… 성공 의문 내비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회담을 “야구와도 같다”고 비유하며 회담 성과에 대해 불확실한 전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이후 보름 이상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이를 ‘칠면조 요리’에 비유한 사실과 맞물려 북·미 후속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직설적 화법 대신 구사한 ‘메타포(은유) 외교’에 관심이 쏠린다.

28일(현지시간)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10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다른 정상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지칭해 “그건 야구와 같은 것”이라며 “공을 치게 될지는(hit the ball)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영어의 ‘공을 치다’는 말은 ‘일을 수월하게 진행하다’라는 뜻도 포함된 만큼 회담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직후 회담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매우 좋다”고 호언장담한 것과 비교하면 실제 속마음은 큰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당초 일괄 타결 프로세스를 염두에 둔 속도전을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노스다코타주 유세 연설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며 “이제 요리가 되고 있고, 아주 만족할 것이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고 속도 조절론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직설적이고 즉흥적 화법으로 유명하지만 때로는 대중의 호응을 얻을 메타포를 구사하며 국면을 전환시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워싱턴DC 주류 정치권을 겨냥해 “워싱턴의 오물을 제거하자”고 비판하는 등 해학적 언어 구사로 지지율을 높여 왔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된 지난해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 ‘병든 강아지’ 등으로 지칭하며 말폭탄을 주고 받았지만 올해 들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북한에 대한 이와 같은 화법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점에 메타포 외교를 재개한 것은 그만큼 북·미가 물밑 실무 협상에서 난관을 겪고 있으며 북한에 섣불리 패를 보여 줄 수 없는 긴장된 상황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후속 회담에서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 사찰단이 들어가는 문제와 추가 핵시설 신고와 폐쇄, 핵물질·핵탄두 폐기 및 해외 반출 등 구체적 비핵화 일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사찰단이 의심되는 장소·시설을 불시에 방문해 조사하는 ‘특별사찰’을 수용할지 미지수이고 비핵화 방법론에서 양측이 의견을 달리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분위기를 회담 전부터 감지해 북·미 협상이 장기화되고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속내가 담긴 메타포를 구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06-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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