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법이민자들 ‘피난처 도시‘에 풀어놓는 방안 고려한 것 맞다”

트럼프 “불법이민자들 ‘피난처 도시‘에 풀어놓는 방안 고려한 것 맞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4-13 05:28
업데이트 2019-04-1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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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불법 이민자들을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에 풀어놓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맞다며 이런 방안을 실제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 불법 이민자들을 보내 골탕 먹이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민주당이 매우 위험한 우리 이민법들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정말로 보도된 것처럼, 불법 이민자들을 피난처 도시에만 배치하는 것을 강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 “급진 좌파”들은 국경을 개방하고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며 “이 방안은 그들을 매우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백악관이 민주당 주요 인사 등 정적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불법 이민자들을 피난처 도시로 데려가 풀어놓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국토안보부 관리들과 자체 입수한 백악관 서한을 인용해 백악관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등 적어도 두 차례에 걸쳐 이민 당국에 이런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한 불법 체류자가 구금되기 위해 연행되고 있다. AFP 자료사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한 불법 체류자가 구금되기 위해 연행되고 있다.
AFP 자료사진
피난처 도시란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맞서 불법 이민자들을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기관의 구금·추방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불법 체류자 단속에 협력하지 않는 곳을 가리킨다. 백악관이 타깃으로 삼은 곳 중 하나는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의 샌프란시스코 지역구였으며 다른 민주당 ‘텃밭’에도 불법 이민자를 풀어놓으려고 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그 방안은 “나온 제안 중 하나일 뿐이었으며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ICE는 예산과 신뢰성, 공중의 우려 등을 들어 이 방안을 시행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미국 대통령이 얼마나 쓰잘 데 없는지, 우리 국가와 국민이 직면한 도전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지 보여준 또다른 언급”이라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람 에마뉘엘 시카고 시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피난자들의 나라임을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난처 도시들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을 보류하라고 명령했다가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판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핵심 전략으로 연일 더욱 강경한 반이민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은 국경에 군 개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N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이민정책 고위 보좌진들은 9일 밤 백악관에 모여 이민자를 수용할 ‘텐트 도시’ 건설에 군이 참여할 수 있는지, 군이 합법적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

현행 법으로는 연방 군대는 국내의 법 집행을 위해 동원될 수 없다. 이민을 더 힘들게 만들기 위해 군대 투입을 바라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요한 제약이 돼왔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국경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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