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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눈폭풍에 셧다운…브라질 사라진 초원… ‘나비효과’ 몰아친다

美 눈폭풍에 셧다운…브라질 사라진 초원… ‘나비효과’ 몰아친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윤연정 기자
입력 2022-01-04 18:02
업데이트 2022-01-05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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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대형 산불→겨울 토네이도→20도 고온… 끝없는 ‘기후 재앙’

워싱턴DC 17㎝ 폭설에 도심 마비
美 전역 항공 1만여편 취소·지연
바이든도 헬기 대신 차 타고 복귀

온난화 엎친 데다 ‘녹지 개발’ 덮쳐
열대초원 1년간 서울의 14배 파괴
“극단적 이상기후 올해 더 많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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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3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미 국회의사당 동쪽 길을 지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3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미 국회의사당 동쪽 길을 지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때 낮 기온이 21도까지 올라갔는데 갑자기 겨울 눈폭풍(winter snowstorm)이 불어닥치니 공포스러워요.”

이례적인 12월의 토네이도 및 산불 등 이상기후의 재앙에 신음하는 미국에 이번에는 갑작스런 겨울 눈폭풍이 동부지역에 찾아와 도시가 마비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극단적인 기후변화 현상이 잦아지고 있지만, 얽히고설킨 원인을 모두 규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열대초원인 브라질 세하두 사바나 파괴 등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눈폭풍, 가뭄 등으로 이어진다는 소위 ‘나비효과’ 이론까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 관측소의 3일(현지시간) 강설량은 17㎝로 2019년 1월 이후 최고치였고, 버지니아주 남부와 메릴랜드 동부에는 30.5㎝의 폭설이 내렸다. 워싱턴의 지난 1일과 2일 평균 기온은 15도로 봄날을 연상시켰지만 3일 ‘0도’로 급강하한 뒤 눈폭탄이 몰아쳤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갑작스런 눈폭풍 소식에 2000만명에게 예보 및 경고 문자를 발송했지만 기상재해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워싱턴 시내는 사실상 ‘셧다운’됐다. 연방 정부는 일시 폐쇄됐고, 학교들은 휴교했다. 새해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에서 맞이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헬리콥터 대신 차편을 이용해 이동했다. 백악관 브리핑은 취소됐고, 21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국립 동물원도 문을 닫았다. 뮤리얼 바우저 시장은 “지금은 집에 있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힐에 따르면 눈폭풍으로 10개주가 영향을 받았고 70만 가구가 정전됐다. 버지니아주에서만 55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미 전역에서 이날만 3211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지연 항공편까지 합하면 약 1만 1000편이나 된다. 지역언론에 따르면 테네시주 타운젠트 그레이트 스모키 산 인근 마을에서 눈을 못 이긴 나무가 주택으로 쓰러지면서 7살 소녀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돌풍에 쓰러진 나무가 집을 덮쳐 5살 소년이 사망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는 미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콜로라도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볼더 카운티 등에서 주택 약 1000채가 불에 타 붕괴됐다.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파괴돼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극도로 건조한 환경이 산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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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폐’로 불리는 브라질 아마존 지역이 급격하게 훼손되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만큼이나 중요한 세하두 사바나가 1년 새 서울의 약 14배 크기인 8531㎢나 훼손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5일 브라질 아마조니아주 라브레아 인근 아마존 열대우림이 훼손된 모습 라브레아 AFP 연합뉴스
‘지구의 폐’로 불리는 브라질 아마존 지역이 급격하게 훼손되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만큼이나 중요한 세하두 사바나가 1년 새 서울의 약 14배 크기인 8531㎢나 훼손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5일 브라질 아마조니아주 라브레아 인근 아마존 열대우림이 훼손된 모습
라브레아 AFP 연합뉴스
같은 달 10일 켄터키주 등 6개 주를 훑고 지나가며 92명의 목숨을 앗아간 44개 이상의 겨울 토네이도 역시 이례적으로 덥고 습한 겨울 날씨 때문에 생성됐다. 지난해 초에는 북극의 온난화로 텍사스주에 30년 만의 한파가 찾아오면서 정전사태는 물론 반도체 및 휘발유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었다.

악시오스는 이날 기후온난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컬럼비아대 기후학 연구원인 카이 콘후버는 “극단적 이상기후의 피해 크기는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예측도 너무 힘들다”고 했다. 일례로 2016년 미 동부 눈폭풍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이 1조원으로 추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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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산불, 폭설 및 홍수와 같은 극단의 기후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온도가 1도만 높아져도 바닷물 증발량이 늘어나 공기 중 수증기를 증가시켜 홍수나 눈폭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주변 지역에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건조해지면서 가뭄과 폭염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개발에 따른 녹지 파괴는 지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2020년 8월부터 1년간 8531㎢의 세하두 사바나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서울 면적의 약 14배다. 세하두 사바나는 브라질 중부에 있는 열대초원으로 아마존 열대우림만큼이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금광 개발 등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개발정책이 파괴 원인으로 꼽힌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서울 윤연정 기자
2022-0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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