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중산층·밑바닥 분노를 먹고 자란다
민망한 발언 남발한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 ‘최대 이변’
두테르테, 아버지 묘소서 눈물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10일 다바오시에 있는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다바오 AP 연합뉴스
다바오 AP 연합뉴스
최근에는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국이 혼미한 브라질의 자이르 볼소나루 사회기독당 의원도 막말 정치인 대열에 합류했다. 여성과 동성애자, 이민자들을 향해 상소리를 쏟아 내는 그는 2018년 브라질 대선의 유력 후보로 발돋움한 상태다.
자극적이고 여과 없는 거친 표현에 열광하는 ‘트럼프 신드롬’이 전 세계로 퍼져 가고 있다. 지구촌에 나치즘이나 파시즘 등 전체주의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에도 유권자들은 더 강도 높은 막말을 원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막말 정치가 성행하는 나라들은 예외 없이 경제 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저소득 계층의 상실감과 분노가 커진 곳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의 불균형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필리핀 역시 1990년대 후반 경제 위기 이후 몇몇 가문의 정치·경제 독점 현상이 더욱 심해져 불만이 커지고 있다. 건강한 사회의 기반인 중산층의 붕괴가 극단의 정치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정치 분석가인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과거 미국의 주류였던 백인 저소득층이 정치에서 유리됐다는 혐오감이 커졌고 이것이 트럼프의 부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막말 정치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고도로 기획된 ‘이슈 메이킹’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가 2013년부터 대선 출마를 위해 1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폭넓게 연구를 진행했고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찾아낸 대선 필승 카드가 바로 ‘불법 이민’ 이슈였다”고 보도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정신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덕분에 (트럼프 같은) 정치인들이 대중의 반응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며 막말의 수위와 파장까지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5-11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