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미신·부패는 늘 함께 있다” ‘정신적 큰 스승’ 사라진 中

[World 특파원 블로그] “미신·부패는 늘 함께 있다” ‘정신적 큰 스승’ 사라진 中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5-07-31 00:36
업데이트 2015-07-3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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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대사(大師)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1000년 고찰 소림사의 방장 스융신(釋永信)은 색정을 밝히는 ‘부패 호랑이’로 몰렸다. 그의 제자로 알려진 한 인물이 연일 폭로하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여러 명의 정부(情婦)와 사실혼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딸과 아들을 두고 있으며, 거액의 비자금을 미국과 독일에 숨겨 두고 호화 별장에 내연녀와 자식을 보내 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고발자는 스융신의 위조 호적, 내연녀의 신분증까지 공개했다.

‘기공(중국식 단전호흡) 대사’로 유명한 왕린(王林·63)은 동업하던 제자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7살 때 집을 떠나 쓰촨성 어메이산(峨眉山)에서 수도하며 기공을 연마한 왕린은 5만여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주장해 왔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과 청룽(成龍), 리롄제(李連杰), 자오웨이(趙薇) 등 유명 연예인들은 요즘 “왕린과 딱 한 번 만나 사진을 찍었을 뿐”이라고 해명하기 바쁘다.

국가기밀 누설 등으로 무기징역형에 처해진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 서기가 기밀을 넘겨준 곳은 외국 정보기관이 아닌 신장(新疆)의 3대 대사로 알려진 역술인 차오융정(曹永正)이었다. 차오융정은 저우융캉을 믿고 석유 채굴, 부동산 개발 등을 통해 돈방석에 올랐다가 저우융캉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대사들의 몰락은 빈약해진 중국의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신이고, 공산주의가 종교였던 시대는 마오의 사망으로 끝났다. 개혁·개방은 종교와 자본이 결탁할 수 있는 옥토를 제공했다.

영국 BBC는 “종교와 역술은 이미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소림사가 승복 입은 서커스단으로 변질됐는데도 다른 사찰의 승려들은 벤츠 타고 다니는 소림사 승려를 부러워한다”고 개탄했다.

“미신과 부패는 늘 함께 있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관리들은 오늘도 역술인을 찾아 자신의 운명을 묻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7-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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