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학생들 외면에 톈안먼 추모집회 시들

홍콩 대학생들 외면에 톈안먼 추모집회 시들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06-05 22:50
업데이트 2016-06-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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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27주년인 지난 4일 밤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은 ‘촛불 바다’로 변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무참하게 살해된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 집회는 톈안먼 시위 이듬해인 1990년부터 6월 4일 밤이면 어김없이 열렸다. 중국이 침묵하는 역사를 홍콩이 대신 세계 곳곳에 알려주는 기억의 공간이자, 홍콩 민주세력과 중국 민주세력 간 연대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촛불 추모제는 예전과 달랐다. 집회 참가자 수가 12만 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명 정도 줄었다.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학생연회(학련)가 행사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학련은 촛불 집회를 주도해 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의 주축 단체였으나, 노선 갈등으로 올해 지련회를 탈퇴했다. 학생들은 탈퇴 성명에서 “지련회가 강간당한 뒤 사창가의 포주가 됐다”며 “소녀들을 꾀어 더럽힌 뒤 폭력배와 강도들에게 조공하고 있다”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지련회가 ‘민주 중국 건설’이라는 허황한 꿈으로 오히려 ‘홍콩 독립’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학련 소속 대학생들은 촛불 반대 시위까지 벌였다. 검은 옷을 입은 일부 대학생은 빅토리아 공원 촛불 집회 무대에 올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홍콩의 독립이다. 톈안먼 사태 때 죽은 사람은 중국 학생이지 우리가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홍콩 대학생의 극단화는 2014년 ‘우산 혁명’을 계기로 중국의 홍콩 통제가 강화된 데 따른 반발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영국 BBC 방송은 “홍콩 대학생들에게 톈안먼 민주화운동은 전해 들은 이야기인 반면 우산 혁명은 본인들이 직접 겪은 이야기”라면서 “6·4 톈안먼이 홍콩에서조차 잊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왕단(47)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면서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대중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고 학련을 비판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6-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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