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코로나19 정책 비판’ 의사 또 처벌…제2리원량 되나

중국 정부, ‘코로나19 정책 비판’ 의사 또 처벌…제2리원량 되나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4-22 15:51
수정 2020-04-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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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의사 위샹둥 처벌 공문…“中방역정책, 전통의학·약재 공격…사회 부정적”

中, 위샹둥 ‘과실 기재’ 처벌·병원 부원장직 박탈
中당국, 위샹둥 웨이보 계정글 모두 삭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은 지난 2월 7일 사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은 지난 2월 7일 사망했다. 뉴스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최초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폭로했다 처벌을 받고 향후 감염돼 숨진 의사 고(故) 리원량 사건 이후 중국 정부가 또 다시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했던 의사가 처벌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홍콩매체 명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후베이성 황스 지역 의사 위샹둥의 ‘부당한 글’에 대한 처벌 공문 내용이 퍼졌다.

이 공문은 중국 공산당 어둥 의료그룹 기율검사위원회가 그룹 품질관리부 주임이자 황스시 중심병원 부원장이던 위샹둥에 대해 ‘코로나19 방역기간 온라인상에서 부당한 글을 발표한 문제’로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위샹둥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마스크 착용, 자택 관리, 도시 봉쇄, 입원 환자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당국의 정책은 물론, 안후이성이 황스시에 전통약재 1.2t을 지원한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부당한 글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 당국의 방역정책을 비판하고 중국의 전통의학과 전통약재에 대해 공격해 사회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담겼다.
게시물이 모두 삭제된 위샹둥(余向東)의 웨이보
게시물이 모두 삭제된 위샹둥(余向東)의 웨이보 웨이보 캡처. 연합뉴스
의사 위샹둥 “中, 증거 기반 의학 완전 붕괴”
“코로나19 현장에 효력도 없는 항생제 쓰여”
위샹둥은 앞서 지난 2월 ‘근거 기반의 붕괴’라는 글에서 당국이 끊임없이 방역정책을 바꾼다고 비판했었다.

위샹둥은 이 글에서 “근거기반 의학이 코로나19 앞에서 완전 붕괴하고 있다”면서 “현대의학에 따르면 최선의 증거에 기초해 임상적 결정이 내려져야 하지만, 실제 일은 (근거 없이) 특별히 처리된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조회수 10만을 넘긴 후 삭제됐다.

위샹둥은 또 ‘따를 증거가 없다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가’라는 글에서 “코로나19가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확인됐는데도 현장에서는 효력이 없는 항생제가 널리 쓰였다”면서 “증거가 있어도 따르지 않는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미국서 리원량 추모
미국서 리원량 추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처음 경고했다가 당국의 탄압을 받았던 중국 우한 의사 고(故) 리원량을 추모하는 행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우드의 UCLA 캠퍼스 밖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코로나19 감염으로 리원량이 사망한 후 중국인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높다.
웨스트우드 AFP 연합뉴스
위샹둥은 이번 일로 ‘과실 기재’ 처벌을 받았고 그룹 품질관리부 주임직과 시 중심병원 부원장직에서 면직됐다. 현재 그의 웨이보 계정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명보에 따르면 위샹둥은 1인 미디어 ‘젠캉제’와의 인터뷰에서 통보가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조직에서 나를 잘 배치해줬다. 앞으로 의사도 하고 품질관리도 할 것”이라면서 “전에 쓴 글은 모두 역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처벌 소식이 의료계를 흔들었고 동정 여론이 나오고 있다.

언론인 탕젠광, 위샹둥 처벌한 中비판
“리원량 이후 또 후베이성 의사 처벌”
댓글에 “中간부는 아프면 전통의학·전통약만 먹어라”이와 관련, 탕젠광이라는 언론인이 의사 위샹둥의 처벌을 비판하며 온라인에 올린 글은 조회 수가 57만회를 넘겼다.

탕젠광은 “리원량 이후 또 다른 후베이성 의사가 부당한 글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훈계를 받고 처벌됐다”고 밝혔다.

중국인 유학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우드의 UCLA 캠퍼스 밖에서 진행된 우한의 의사 리원량 추모 행사 도중 중국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는 마스크를 쓴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웨스트우드 AFP 연합뉴스
중국인 유학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우드의 UCLA 캠퍼스 밖에서 진행된 우한의 의사 리원량 추모 행사 도중 중국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는 마스크를 쓴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웨스트우드 AFP 연합뉴스
이어서 “위샹둥의 글은 어떠한 악의도 없는 의사의 전문적인 토론·판단일 뿐”이라면서 “리원량이 코로나19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처럼 전염성 있다고 판단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리원량이 ‘사회에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을 수 없다’고 말한 생전 발언을 인용해 “중국 사회에서 여전히 진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샹둥이 일선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매진했다면서 “아무 포상도 받지 못하고, 도리어 인터넷상에 쓴 글로 처벌받았다”고 호소했다.

탕젠광의 글에는 “앞으로 고위 간부들은 아프면 전통의학만 바라보고 전통약만 먹기 바란다”, “의사들은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말하면 안 되는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중국 우한 공안이 지난달 3일 서명 날인하도록 강요한 서류. ‘입 다물고 행동을 반성하라’는 내용이었다. 리원량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중국 우한 공안이 지난달 3일 서명 날인하도록 강요한 서류. ‘입 다물고 행동을 반성하라’는 내용이었다.
리원량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中당국, 리원량에 최고영예 ‘청년 휘장’ 추서
코로나 폭로해 끌려가 처벌받은 내용 빠져
앞서 중국 당국은 숨진 의사 리원량에 대해 중국 최고 영예인 청년 휘장 추서대상으로 선정하고 ‘중국청년 5.4 훈장’을 수여했지만 그 표창 이유가 ‘코로나 폭로’와는 거리가 멀어 중국 누리꾼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과 중화전국청년연합회는 지난 20일 우한 중심의원 안과 의사였던 리원량에게 ‘중국청년 5.4 훈장’을 수여한다고 발표했지만 환구시보 등 중국매체 설명 중에는 그가 지난해 말 온라인 상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경고했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공안에 끌려갔으며, ‘훈계서’에 서명하는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당국은 리원량 사후, 그에 대한 처벌을 취소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또 리원량에게 국가·사회를 위해 목숨을 잃은 인물에게 부여되는 최고 등급의 명예 칭호인 ‘열사’ 칭호를 추서했었다.
우한 화장터에 늘어선 바디백들/화장터 앞 쓰레기통 [유튜브 영상 캡처]
우한 화장터에 늘어선 바디백들/화장터 앞 쓰레기통 [유튜브 영상 캡처]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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