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진 의원, 흑인 장관에 “오랑우탄 같다”

이탈리아 중진 의원, 흑인 장관에 “오랑우탄 같다”

입력 2013-07-15 00:00
업데이트 2013-07-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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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첫 흑인 장관인 세실 키엥게(48·여) 이민부 장관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이민을 주장하는 우파정당인 북부연맹의 당수 로베르토 칼데롤리 이탈리아 상원 부의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북부연맹 집회에서 “키엥게 장관을 보면 오랑우탄이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칼데롤리 부의장은 또 아프리카로부터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키엥게 장관을 겨냥해 “그녀는 자기 나라에서 장관이 되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키엥게 장관은 지난 4월 말 이탈리아에서 첫 흑인 장관으로 임명되고 나서 각종 인종차별적 발언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극우 세력은 키엥게 장관을 ‘콩고의 원숭이’, ‘줄루족’, ‘반(反)이탈리아적인 흑인’ 등으로 부르며 그녀의 출신 국적과 흑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비방하고 있다.

지난달 북부연맹 소속의 한 지역 정치인은 아프리카인이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군가 그녀(키엥게 장관)를 성폭행해야 한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태어난 키엥게 장관은 30년 전인 1983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와 안과의사가 됐으며, 현재 이탈리아인 남편과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엔리코 레타 총리는 칼데롤리 부의장의 발언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선을 넘었다”고 비판하면서 키엥게 장관에 지지를 보냈다.

잔피에로 달리아 공공행정장관도 “칼데롤리의 발언은 미국의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를 떠올리게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키엥게 장관은 “이번 발언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이탈리아에 나쁜 이미지를 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칼데롤리는 문제의 발언 다음날 “농담으로 한 말로 공격의 뜻은 없었다”고 발뺌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들과 비교해 이민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1990년 전체 인구의 2%이던 이민자가 현재 7% 이상으로 늘어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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