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총선, 현실유지속 보수화 기류 반영

오스트리아 총선, 현실유지속 보수화 기류 반영

입력 2013-09-30 00:00
업데이트 2013-09-30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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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연정 불협화음도 극우정당 약진에 빌미

29일(현지시간) 실시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중도 대연정의 재집권이 유력한 것은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욕구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기류가 형성된 것은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난 2009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하반기 이후 심화한 유로존 재정위기를 무난하게 넘기며 유럽의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제를 이끌어 온 것에서 비롯된다.

오스트리아는 2009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마이너스 3.8%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0년 2.1% 성장률로 곧바로 회복했고 2011년 2.7%, 2012년 0.8% 등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유로존 위기 여파에도 수출이 전년보다 1.5% 늘었고 무엇보다도 실업률이 유럽 내 최저 수준인 4.8%로 고용이 안정돼 있다.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Oe)과 중도 우파 인민당(OeVP)이 간신히 과반 의석 확보로 대연정을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1945년 이후 대부분 기간에 오스트리아의 대연정을 운영해온 이들 두 당의 득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극우 정당들의 득세로 연정 지지 기반의 약화가 불가피해 정국 운영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반(反) 이민 정책을 내건 자유민주당(FPOe)의 약진이다. 출구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인민당을 2% 포인트 미만으로 따라붙었다.

비록 인민당이 그동안 자민당과 연정에 난색을 보였지만, 사민당처럼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인민당-자민당만으로는 보수 연정 구성이 어렵겠지만, 5.8% 안팎의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반 유로 정당인 ‘팀 스트로나흐’를 끼워 우파 연정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졌다. 사민당과 인민당간 대연정 협상이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 인민당이 사민당과 대연정을 유지하더라도 자민당의 추격을 멀리하려면 더욱 보수층을 대변할 수밖에 없어 사민당과의 충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승리자인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44) 자민당 당수는 1999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인민당과 보수 연정 구성에 성공한 ‘오스트리아의 미래를 위한 동맹(BZOe)’을 이끈 외르크 하이더와 비교된다.

2008년 음주교통사고를 내 사망한 하이더는 독일의 독재자인 히틀러를 찬양하거나 유대인을 멸시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슈트라헤 역시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 이웃이 오스트리아인이라면’이라는 도발적인 구호를 내걸고 잠재된 민족주의 수요층을 파고들었다.

또 “모든 것이 유럽연합(EU)에 집중화되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국가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원한다”면서 유럽 통합에 반기를 들며 반 유럽 기류에 편승했다.

그는 TV 출연에서 능숙한 면모를 보였고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한 메시지 전파와 조직화로 지지기반을 확대해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극우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한 것에는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보여온 현 연정에 대한 불만도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민당은 부자 증세와 은행에 대한 특별세 부과를 추진했지만, 인민당은 연금 지급 연령을 늦추는 등 고비용 사회복지 구조를 개선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번번이 부딪혀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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