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 후폭풍 우려…“잔류 결정되면 재투표 가능성”

브렉시트 투표 후폭풍 우려…“잔류 결정되면 재투표 가능성”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6-23 11:09
업데이트 2016-06-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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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단칼에 결정될 문제 아냐”…유럽언론 “재앙·공포·EU개혁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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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투표 D-1, 표심잡기 마지막 총력전
브렉시트 투표 D-1, 표심잡기 마지막 총력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EU 잔류와 탈퇴 진영이 마지막 표심을 잡으려고 총력전을 펼쳤다. 사진은 이날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EU 잔류 운동을 펼치다 6일전 극우성향 남성에 피살된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의 42회 생일 추모 모임에 군중들이 운집한 모습. 2016-06-23 사진=AF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유럽 전체가 우려와 혼란에 휘말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브렉시트 투표의 결과로 EU를 둘러싼 회원국 내의 갈등과 논쟁이 바로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탈퇴를 결정하더라도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고 이탈 절차가 오래 지속되면 재투표가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이 EU를 한번 탈퇴하면 영원히 아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국이 충동구매를 후회하듯 다시 국민투표를 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런던정경대학의 싱크탱크인 아이디어스(IDEAS)의 팀 올리버 연구원은 “EU는 이글스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처럼 체크아웃은 할 수 있지만 정말 떠날 수는 없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버 연구원은 브렉시트가 EU와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개념이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U 기구에서 전면 철수하는 것부터 자유로운 이주노동은 유지한 채 EU 주요 기관을 탈퇴하는 것까지 브렉시트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리버 연구원은 “탈퇴의 개념이 다양하고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어 브렉시트 결정이 나더라도 영국이 출구가 어딘지 모른 채 유럽 로비를 헤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브렉시트 결정이 나오더라도 출구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어 영국 정치권에 운신의 폭이 넓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회원국이 탈퇴를 통보하면 이론상으로 2년 내 탈퇴가 마무리되지만 복잡한 국제 협상이 몇 년씩 걸리면서 협상이 지연되면 이해 당사자들이 마감 시간을 2020년 영국 총선 이후로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협상진행 도중, 특히 탈퇴 조건이 불리해져 유권자들의 마음이 바뀌는 경우다.

더블린 대학교에서 유럽 헌법학 전문가인 개빈 배럿은 ‘그래도 브렉시트를 원하는지’를 묻는 마지막 국민투표가 열릴 수 있다면서 “법적으로 가능하고, 이는 탈퇴를 번복할 근거를 줄 것”이라며 “재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아일랜드는 2008년 EU 개혁안을 두고 반대 투표해 정치인들이 상당한 양보를 얻어낸 다음 그 이듬해 이를 재투표해 찬성 결과를 내놓았다.

아일랜드는 앞서 EU 확대를 뼈대로 한 ‘니스조약’ 비준안을 국민투표에서 부결했다가 2002년 재투표해 가결한 바 있다.

덴마크도 1993년 국민투표를 다시 시행해 과거 부결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에서 영국 정계가 극명하게 갈려 있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보수당 당권을 장악하면 재투표 가능성은 작아진다.

앨런 렌위크 런던대 헌법학부 부국장은 “현재 여러 가지 장기 시나리오가 나오는 만큼 재투표 시나리오도 추가할 수 있다”면서 “2020년 총선에서 재투표 공약을 내놓은 당이 승리해야만 재투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가설과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내용의 기사와 논평을 게재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는 “반(反) 유럽 정서와 엘리트주의에 거부하는 움직임에 브렉시트 진영이 편승했다”면서 “EU 지도자들은 EU 작동 방식과 회원국에 재량권을 더 주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피가로는 브렉시트 진영을 “무책임하고, 부패하며,사익을 위해 유럽을 경멸하는 집단”이라고 묘사한 다음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오면 헌법 체계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재앙’으로 경제계에 ‘공포감’이 퍼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력지인 디 차이트는 ‘그들을 보내 줘라’는 제목으로 브렉시트로 결정이 나면 “EU를 다양한 차원에서 재정비할 좋은 기회”라며 “현재의 28개국이 아니라 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심의 ‘작지만 약하지 않은’ 체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페인의 엘문도를 비롯해 인터넷 매체인 유렉티브(Euractiv), 크로아티아의 세비즈넷( SEEbiz.net) 등은 브렉시트가 초래할 경제 악영향과 함께 다른 회원국에 미칠 ‘브렉시트 전염’ 등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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