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침 장대비에도 긴 줄…출근 직장인·산책 노인 ‘한표’

런던 아침 장대비에도 긴 줄…출근 직장인·산책 노인 ‘한표’

입력 2016-06-23 19:12
업데이트 2016-06-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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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투표… 내일 오전쯤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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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총리 부부 한 표 행사.런던 AP 연합뉴스
캐머런 총리 부부 한 표 행사.런던 AP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주장한 데이비드 캐머런(오른쪽) 총리와 부인 서맨사가 23일(현지시간) 오전 런던의 한 투표소에서 국민투표를 한 뒤 손을 잡고 걸어 나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던 장본인이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미래를 결정 지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23일 오전 7시(현지시간)에 시작됐다. 장대비가 내리는 이날 런던의 아가일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출근길에 들른 직장인부터 아침 산책을 겸해 나온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하지만 새벽부터 계속된 세찬 비와 강풍으로 투표소 앞은 역사적인 행사임에도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런던 거리 곳곳에 물이 넘쳐났다. 개표는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10시부터 시작된다. 개표결과는 이르면 24일 오전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곳 선거관리원은 “1시간 동안 70여명이 투표했다”며 “지난해 총선에 비해 투표자 수가 감소했지만, 비가 오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이 나쁜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스웨스턴 컴브리아에 사는 유권자 닉 토너는 트위터에 “일생에 한번 할까 말까 한 역사적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아침 7시부터 긴 줄이 있었다”고 밝혔다.

EU 잔류에 한 표를 던졌다는 직장인 롭 웨스트레이크(24)는 “퇴근 이후에는 투표를 할 수 없어서 출근길에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EU에 남아 다른 EU 국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더 이득이라 생각해 잔류 쪽에 투표했다”며 “EU 탈퇴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투표 이유를 설명했다. 선거 이후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30년 동안 탈퇴를 주장해 온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철회할 것 같지는 않다”며 “EU 잔류가 완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그들은 계속 EU 탈퇴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EU에 남아 다른 EU 국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더 이득이라 생각해 잔류 쪽에 투표했다”며 “EU 탈퇴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투표 이유를 설명했다. 선거 이후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30년 동안 탈퇴를 주장해 온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철회할 것 같지는 않다”며 “EU 잔류가 완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그들은 계속 EU 탈퇴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EU 탈퇴에 투표했다는 연금수령자 톰 콜린스(66)는 “EU에서 나가는 것이 경제, 이민 등 모든 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해 EU 탈퇴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가 EU 탈퇴로 나오면 잔류를 지지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사임하고 경선을 거쳐 보리스 존슨 전 시장이 총리 및 당수직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동부와 달리 화창한 날씨를 보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의 긴 줄이 이어졌다. 겜 로사리오(24)는 “EU 탈퇴는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며 “EU에 남는 것이 스코틀랜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투표 당일까지 EU 탈퇴 여부에 대한 현지 언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탈퇴를 옹호하는 선은 1면에 “독립일”이라는 제목을 사용한 반면 더타임스는 “청산의 날”이라며 EU 잔류를 옹호하는 제목을 앞세웠다.

투표일 직전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살얼음 판세가 이어졌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브렉시트 찬반 지지율이 근소한 차로 엇갈리고 있어 대혼전 양상을 나타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더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51%로 ‘탈퇴’(49%)보다 2% 포인트 앞섰다. 데일리메일과 ITV가 콤레스에 의뢰해 17일부터 22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EU 잔류’가 48%로 ‘탈퇴’(42%)보다 많았다.

이번 투표는 영국 사회에 다양한 에피소드도 낳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날 프랑스 파리 북역을 출발한 프랑스인 무리가 프랑스 빵 크루아상 600여개와 영국인에게 쓴 ‘러브레터’ 뭉치를 들고 유로스타(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고속철도) 첫차로 런던 세인트 팬크러스 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영국인들에게 크루아상을 건네며 EU에 남아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권자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게 영국 선거법에 위반돼 크루아상을 인근 노숙자 쉼터에 기부했다.

아일랜드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이번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로 나오면 사상 최대 항공권 할인 행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가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주 스코틀랜드의 한 법대 교수인 릴리언 에드워즈가 베개 위에 웅그린 처량한 눈빛의 고양이 사진을 찍어 ‘브렉시트 반대 고양이’라고 해시태그를 붙이자 영국 전역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고양이와 반대하는 개 등이 대거 올라와 애완동물들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한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브렉시트 투표 다음날인 24일 스코틀랜드를 방문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날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있는 본인 소유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 재개장식에 참석한다.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 첫 해외 일정이자 국민투표 직후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런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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